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카 부문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13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전날 개막한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창업자인 런정페이가 최고경영자(CEO)를,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해온 3명의 이사가 6개월씩 돌아가면서 순환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쉬 회장은 "화웨이는 현재 사람의 개입 없이 시내 도로에서 1000㎞를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일부 영역에선 테슬라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웨이가 직접 자동차를 제조할 것이라는 소문을 재차 부인했다. 화웨이는 현재 베이징자동차,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업체들은 올 4분기부터 화웨이와 함께 개발한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베이징차그룹의 블루파크와 협력한 첫 모델인 '아크폭스 알파S HBT' 차량은 오는 17일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다.

쉬 회장은 "완성차업체가 내놓는 자율주행차에 '화웨이 인사이드'라는 로고를 달아 화웨이의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알릴 것"이라며 "인텔이 자사 칩을 장착한 PC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여 PC의 성능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쉬 회장은 "중국에서 매년 3000만대의 차량이 팔리며 해마다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대당 1만위안(약 170만원)만 받아도 큰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구매 제재로 위기에 처한 화웨이는 생존을 위해 스마트카와 농업, 헬스케어 등 다양한 신사업을 벌이고 있다.

쉬 회장은 또 "최근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은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형성됐던 신뢰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전에는 업체들이 공급망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무재고 경영을 했지만 현재는 미국 제재로 인한 공포심에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