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 매각이 미·중 갈등의 대리전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ARM 본사와 중국 법인 ARM차이나 간 소송전이 격화하면서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려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앨런 우 ARM차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을 몰아내려 했던 ARM 이사진 3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지난해 6월 우 CEO의 해임을 전격 발표했다. 우가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러 사익을 챙겼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는 “이사회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우는 자신의 해임을 주장했던 이사회 멤버 3명을 상대로 “회사가 입은 재산 피해를 물어내라”는 요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RM은 2018년 ARM차이나 지분을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ARM차이나의 지분 구조가 중국 측 51%, 해외자본 49%로 정리되면서 본사의 지배력은 점차 약화됐다. 급기야 ARM차이나는 지난해 8월 독립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RM과 ARM차이나 양측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우는 회사를 떠나면 수천만달러의 합의금을 준다는 본사의 제안을 뿌리쳤다. 우와 관련 있는 주주 2명은 우의 해고를 뒤집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의 대리전으로 ARM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ARM을 400억달러에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