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발전재단, 태권도 사범 3명 급여 지원…주 3회 무료 수업 시작

"차렷, 경례. 태 권 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에 태권도 교육까지…"차렷, 경례"
인도네시아 동남 술라웨시주 부톤섬 바우바우시 경찰서 강당과 앞마당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일요일 오후가 되면 우렁찬 한국어 구호가 울려 퍼진다.

12년째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이어온 정덕영(60)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달 1일부터 주 3회 태권도 무료 수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톤섬 인구 50만여명 가운데 7만명을 차지하는 찌아찌아족은 표기법이 없어 고유어를 잃을 처지에 놓이자 2009년 한글로 찌아찌아어를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초등학교에서 주1회 찌아찌아어 수업을 한글 교재로 가르친다.

2010년 3월 처음 부톤섬에 파견된 정 선생님은 훈민정음학회, 세종학당 파견을 거쳐 현재까지 부톤섬에 남아 현지인 보조 교사들과 함께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정씨는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교육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한국의 아시아발전재단(ADF)이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해줬다"며 "태권도 사범 3명의 월급과 태권도복을 지원받아 이달부터 태권도 수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에 태권도 교육까지…"차렷, 경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임에도 바우바우시 경찰서가 강당과 앞마당을 태권도 교육 장소로 내줬고, 현지 청소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태권도 무료 수업에 매번 60명이 넘는 수련생이 참가하고 있다.

수련생은 초등학생부터 20대 중반까지 다양하며, 여성이 60∼70%를 차지한다.

태권도 사범은 모두 인도네시아인으로, 술라웨시섬 마카사르 등 대도시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정씨는 "태권도 수업에서 인사하고, 구령을 붙이는 것 모두 한국어로 한다"며 "태권도 수업 시간에 게임도 하고, 흥미를 느낄만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이들이 아주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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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부터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글과 한국어 수업은 지역에 따라 온·오프라인 수업이 나뉜다.

정씨와 현지인 보조 교사 3명으로부터 주 1회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는 4곳,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는 고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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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바우시의 모든 학교는 온라인 수업 중이고, '코로나 그린존'인 남부톤군의 자야박띠초등학교와 라웰라초등학교, 삼뽈라와 중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정 선생님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글, 한국어 발음기초를 가르치려면 입 모양을 보여줘야 하기에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내가 가르치는 한글·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에 10여명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고등학교 한 곳이 한국어 수업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해서 보조교사를 더 늘릴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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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님 체재비와 보조 교사들 임금, 교재비 등 대부분의 비용은 2014년 3월 정 선생님과 지인들이 설립한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에서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인도네시아 한국 교민들도 정씨를 돕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소속 기업인 김호권·이강현·박길용 등 세 명이 보조 교사들이 쓸 노트북 3대와 찌아찌아어 한글 교재 230권 제작비를 지원했다.

작년 11월에는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에서 봉제회사를 운영하는 서광호 금광섬유 대표가 '찌아찌아 한글학교'라고 적힌 티셔츠 1천500장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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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