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8.4% 증액…비국방 예산 16% 늘렸지만 국방은 1.7% '무늬만' 증액
공화당 "자유주의자 희망 목록" 비판…의회서 거친 힘겨루기 예고
트럼프 기조 확 뜯어고친 바이든 예산안…교육·복지 대폭 확대(종합)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올해보다 8.4% 늘어난 2022 회계연도 예산안의 개요를 공개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국정 우선순위를 반영한 첫 예산이다.

보건·교육·환경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방비는 소폭 증액에 그치는 등 도널드 트럼프 시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의회 논의 과정은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미국의 행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날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연방의 재량 예산을 1조5천224억 달러(1천706조 원)로 책정했다.

올해 1조4천44억 달러에 비해 8.4% 늘어난 규모다.

세부 계획은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과 함께 늦봄에 제시될 예정이다.

이 예산은 사회보장 연금처럼 법정 의무지출예산이 아니라 정부 필요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한 재량예산이다.

전체 연방 지출의 4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게 로이터통신의 설명이다.

이번 예산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1조9천억 달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기부양안, 최근 의회에 처리를 요청한 2조2천5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 예산과는 별개다.

트럼프 기조 확 뜯어고친 바이든 예산안…교육·복지 대폭 확대(종합)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라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국방 예산은 7천694억 달러로 올해 대비 15.9% 증가했다.

분야별로 교육 지출이 무려 41% 늘고 보건 분야는 23% 증액하는 등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급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회계연도 때 삭감하려 한 분야들이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140억 달러, 고빈곤층 학교 지원 200억 달러, 신종 질병 치료 개발 지원 65억 달러 등이 추가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예산을 20년만에 최대인 16억 달러 늘렸다.

대중교통과 환경정화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 자금을 확대했다.

그러나 국경장벽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로이터는 "각각의 목표는 이전 정부와 충돌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의 예산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롱하며 삭감하려 한 모든 프로그램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출 우선순위를 뒤집으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국방·안보 예산은 7천530억 달러로 1.7% 증가에 그쳤다.

이 중 국방부 예산은 1.6% 늘어난 7천150억 달러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0.4% 감소했다는 게 블룸버그통신의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위협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해군력 증강, 극초음속 무기 개발, 핵 억지력 강화 등을 강조했지만, 의회에서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국방 예산은 트럼프 행정부가 맞춰온 매년 3~5% 증액 기조를 벗어난 것은 물론 최소 10% 삭감을 내세운 민주당 내 진보파의 요구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방 분야와 비국방 분야 예산 증가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해온 최근 예산 전통과도 결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기조 확 뜯어고친 바이든 예산안…교육·복지 대폭 확대(종합)
당장 미치 매코널 등 공화당 상원 의원 일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을 강하게 유지하려면 국방과 비국방 지출 우선순위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양당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제안을 "자유주의자들의 희망 목록 우선순위"라고 평가 절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국방 지출 증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방 지출을 늘리면서 과소 투자된 이들 분야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WP는 전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비국방 분야 지출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2011년부터 10년간 적용된 관련 법률의 예산 상한제 제한이 내년부터 사라진 영향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부분에서 공화당의 강한 반대를 고려할 때 의회가 우선순위의 대폭 변경을 놓고 벌일 향후 몇 달 긴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