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백신 너무 믿었나'…규제풀었다 확진자 급증한 터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20%를 넘긴 터키의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백신을 믿고 섣불리 규제를 완화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터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물량 확보가 어려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대신 비교적 조달이 쉬운 중국산 백신을 선택해 대량 공급받는 전략을 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터키의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터키는 1월말까지 중국 백신 1천만 도스(1회 접종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다음 달 말까지 1억 도스를 들여오기로 했다.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한 터키는 1월 14일 첫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약 2달 만에 1천만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에서 5번째로 높다"며 백신 접종에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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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신 접종률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확진자 수는 오히려 급격하게 증가했다.

터키 보건부에 따르면 7일 기준 약 1천40만명이 백신을 1차례 접종했으며, 740만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는 터키 전체 인구의 약 2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터키의 백신 접종률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으며, 인구 5천만명 이상인 국가로 범위를 좁히면 터키의 접종률은 영국, 미국 다음으로 높다.

그러나 8일 터키의 신규 확진자 수는 5만4천74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백신 접종 개시일인 1월 14일의 신규 확진자 수(8천962명)와 비교할 때 5배로 늘어난 수치다.

터키가 도입한 백신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만든 코로나백 백신이다.

이달 초부터 화이자 백신도 접종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접종한 백신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코로나백은 임상시험마다 예방률이 50∼90%로 들쑥날쑥해 효능에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터키에서도 중국산 백신의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이 백신을 선택해 접종하려는 사람들이 병원 밖까지 줄을 선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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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확진자가 급증한 가장 큰 요인은 지난 달 1일부터 시작한 '정상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터키 정부는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자 3월 1일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이른바 '정상화 단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학교 수업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됐고, 평일 야간 통행금지와 주말 전면 봉쇄 조치도 대부분 지역에서 해제됐다.

배달 영업만 허용하던 식당과 카페도 매장에서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제 완화의 부작용은 즉시 나타났다.

3월 1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9천891명이었으나 보름 뒤인 3월 15일의 확진자 수는 1만5천503명으로 1만5천명을 넘었으며, 4월 1일에는 4만806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4만명을 넘겼다.

결국 터키 정부는 1달 만에 주말 전면 봉쇄 조치를 재도입하는 등 규제를 재강화하기로 했으나, 한번 불붙은 급증세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터키의 사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백신이 '만능열쇠'가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백신 접종을 시작했더라도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기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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