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 곳이 미국의 전체 고용시장을 떠받쳤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미국 아마존이 주인공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창출한 신규 일자리 수는 S&P500지수에 편입된 우량 기업이 새로 고용한 직원을 모두 합친 것과 비등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美 고용시장 떠받친 '아마존의 힘'…작년에만 50만명 뽑았다

미국 고용시장 지킨 아마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500 편입 기업 중 286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전 세계에서 지난해 신규 고용한 인원이 37만 명이었다고 5일 보도했다. WSJ는 작년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9개월 동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간 보고서를 제출한 S&P500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미국 주요 기업이 인력을 감축해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을 것이란 추정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S&P500에 소속된 우량 기업의 신규 일자리가 늘어났다. 바로 ‘아마존 효과’ 덕분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50만 명을 새로 고용했다. 이 중 80% 이상인 40만여 명은 미국 내에서 채용했다. WSJ는 “작년 아마존이 신규 창출한 일자리 수는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을 늘린 S&P500 기업 전부(136곳)를 합친 수준과 맞먹는다”며 “아마존이 없었다면 지난해 미국 일자리 수는 늘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페덱스, UPS, 펩시코,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코스트코 등 136개 기업이 작년 전 세계에서 신규 고용한 직원은 54만여 명으로 아마존 한 곳과 비슷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마존의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아마존이 적극적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베스 갈레티 아마존 인력담당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단축 근무를 해야 했던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고용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아마존은 올해도 미 고용시장의 ‘큰손’이 될 전망이다. 미 경영대학원(MBA) 졸업생 1000명 이상을 정규직 및 인턴으로 고용할 예정이다. MBA커리어서비스의 메건 헨드릭스 전무는 “아마존, 줌, 넷플릭스 등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술기업이 MBA 채용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과거 MBA 졸업생을 고용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유통, 에너지 등 기업과 컨설팅회사는 채용을 고사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회복세로 돌아선 미 고용시장

지난해 아마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미국의 고용시장은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달보다 91만6000개 늘어났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레저·접객업에서만 28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미 실업률은 지난 1월 6.3%에서 지난달 6%로 0.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각 주의 영업 제한이 완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인원을 감축했던 기업이 언제 다시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설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가 분석한 S&P500 286개 기업 중 133곳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호텔기업 메리어트, 크루즈기업 카니발 등이 대표적이다. 인력 감소율 중간값은 5.1%였다. 이 중 18곳은 1만 명 이상의 인력을 줄였다.

일부 기업은 재고용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자동차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미국에서 3600~3900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2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에서 경기부양책 등의 효과로 “내년에는 완전고용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