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기후변화 대응 이행·대미 관계 균형 모두 어려움"
'시진핑의 딜레마' 美 기후정상회의 초청에 "참가 고민"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관하는 기후정상회의 참가 여부를 놓고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이 미국의 초청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여전히 참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기후 협력을 통해 중미 간 교착상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정치적 딜레마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오는 22∼23일 화상으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0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기후정상회의 참가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화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이 지난해 야심차게 선언한 기후변화 대응 약속을 이행하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쟁과 협력 사이 균형을 모색하는 두 가지 문제에서 모두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면, 화상이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중국 정부에 자문하는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SCMP에 "중국은 해당 다자간 정상회의에 확실히 참석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후 협력이 양국 관계의 반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국의 우선순위는 이념적이며 지정학적인 이슈를 강조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의 리숴 기후·에너지정책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아직 회의 참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회의에서 내놓을 카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중국에 어려운 시험"이라며 "중국이 지난해 선언한 탄소중립에 대한 약속에 전념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모든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시 주석의 연설이 처음이었다.

리 연구원은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후에 관해) 새로운 약속을 선물로 안길 결심을 한다면 이는 미중 분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여전히 중국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자국 내 비평가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그러지 않겠다는 쪽을 선택하면 양국 간 긴장 완화와 협력 증대에 있어 기후 이슈가 계속해서 주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