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교외 도시의 개명 추진에 라틴계 주민들 강력 반발
"수백여 가정 파괴됐다…최고통수권자 아닌 추방대장" 성토
오바마 이름 딴 학교명 표류 "이민자 이용후 외면·추방도 최다"
미국 시카고 교외도시 교육당국이 기존 중학교 이름을 시카고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의 이름을 따 변경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워키건 시 교육위원회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중 한 명이자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1743~1826)의 이름을 딴 중학교를 '오바마 중학교'로 바꾸기 위한 표결을 지난달 30일 진행할 예정이었다.

교육위는 제퍼슨이 노예 소유주였다는 이유로 학교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라틴계 주민들이 "이민자를 이용만 하고 외면한 오바마의 이름을 새 학교명 후보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며 반대 시위에 나서 결정이 연기됐다.

워키건 학교 졸업생이자 현 주민인 오스카 아리아스는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당시 이민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뿐 실제로는 이민자 사회를 향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틴계 주민들은 오바마를 '커맨더 인 치프'(Commander in Chief·최고통수권자/대통령 지칭)가 아닌 '디포터 인 치프'(Deporter in Chief·추방대장)로 부른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운동가 줄리 콘트래라스도 "오바마가 이민정책 개혁을 앞세워 라틴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오바마는 의회 탓을 했지만, 그가 이민자 사회를 이용만 하고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서 추방한 이민자 수는 역대 그 어느 대통령 때보다 많았고, 지금까지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면서 "워키건에서도 수백여 가정이 오바마 정부의 불법체류자 기습체포 작전으로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거주 신분 때문에 불안한 현실을 사는 아이들이 있다.

'추방대장'의 이름이 학교 이름으로 새겨진다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 "제퍼슨이 누군가에게 박해자로 느껴진다면 오바마는 또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약 56km 떨어진 워키건은 라틴계 인구 50% 이상, 흑인 인구 19%가량인 노동계층 거주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년간 추방한 인원은 약 118만 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3년간 추방 인원은 80만 명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추방 건수가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높다.

영국 가디언지는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이민정책연구원(MPI) 자료를 인용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300만 명 이상이 국외로 추방됐다"면서 전임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추방 집행 건수는 약 200만 건, 빌 클린턴은 90만 건이라고 전했다.

교육위 측은 "주민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시장 재임 당시인 2014년, 개교를 앞두고 있던 시카고 북부의 선발형 고등학교에 오바마 이름을 붙이려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시카고 양대 공항 중 한 곳을 오바마 공항으로 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도 결국 무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