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끊긴 K팝 경연대회 올해 꼭 열리길"…열정 가득, 우리 문화 장점 돌아보게 해
[샵샵 아프리카] 흑백 너머 한류로 하나된 케이프타운 팬들
남아프리카공화국 휴양도시 케이프타운의 한류 팬들은 흑백을 넘어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하나가 돼 있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해 질 녘 케이프타운 남부 콘스탄시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케이프타운 한류 팬들은 흑인과 백인을 가리지 않고 직업도 출판사 마케팅 담당, 보험사 직원, 대학 관계자, 애니메이터 등으로 다양했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 측과 만찬을 겸한 간담회에 현지 한류 팬 대표로 참석한 6명은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열리지 못했던 연례 K팝 경연대회가 올해는 꼭 열리기를 고대했다.

저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하나같이 한류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다니엘(여)은 "7년 전 한류 축제 때부터 무대, 사운드, 의상 등 자원봉사를 해가며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알게 됐다"고 모임을 소개했다.

남편 드웬(40)은 "고등학교 때 같은 교회에 다니던 김윤석이라는 친구가 스타크래프트에서 나를 항상 이겨 관심을 갖게 됐다"라면서 "차츰 한국 음식도 익히고 한국전에 참전한 남아공 공군 조종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한국을 더욱 깊이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류에 취한 드웬은 현재 K-록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니엘-드웬 부부는 2019년 4월 한국에 여행을 직접 가서 당초 2주만 머무르려다가 너무 짧다는 생각에 한 달을 머물면서 목포, 부산, 제주 등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난해도 한국에 가려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못 갔다는 드웬은 "특히 제주가 너무 좋다.

제주에 가수 효리처럼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주는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과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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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글학교와 김치 요리 교실에도 다니고 있다는 다니엘은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애니메이터로 카툰을 그리는 스튜디오 경험만 10년이라는 그는 특히 한국 여행의 장점으로 사람들이 친절하고 외국인을 위한 '무료 티켓'과 스킨케어, 메이크업, 마사지 팩 등 테스트용 샘플을 거저 주는 것이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남아공의 경우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공원 입장 등에서 내국인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내게 하는데 한국은 외국인에 대한 혜택이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자신은 생선을 안 좋아했으나 한국에서 회를 먹은 이후 해산물을 덩달아 좋아하게 됐다면서 "내 생일 파티도 한국 식당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프타운 대형할인매장 스파 등에서도 고추장을 팔고 쌈장과 된장도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턴케이프대학에서 공부를 하던 중 K-팝을 접해 팬이 됐다는 매슈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으로 한류를 소개하기도 했다고 자부했다.

바네사(여)의 경우 먼저 한류 팬이 된 여동생이 지금 한국에 영어 교사로 있다면서 유튜브를 통해 K-팝과 접촉하게 됐고 자신도 한류 행사에서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도 여행이 보다 자유로워지면 한국에 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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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시대의 불평등 문제를 짚어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서부터 최근 넷플릭스에서 남아공 10위권에 오른 SF영화 '승리호'까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언급해가며 리얼리티쇼 '런닝맨' '아는 형님', 애니메이션 '뽀로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류 작품들을 논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메시지와 스토리 중심의 절제된 영상미와 함께 아이들도 보게 놔둘 수 있을 만큼 폭력성과 선정성이 미드 등에 비해 덜하다는 평도 나왔다.

한국인의 솜씨 좋은 손맛도 호평을 받았다.

같은 글로벌 체인이면서도 한국판 B 아이스크림, D 도넛, K 치킨, S 커피숍이 남아공보다 훨씬 더 맛나고 보기에도 이쁘다며 양국 체인 제품을 비교하는 아이스크림 사진까지 직접 보여줬다.

무엇보다 치안이 좋은 한국에 가면 남아공에서 강절도 등 범죄에 대비해 가방을 앞으로 매는 등 늘 켜놓아야 하는 이른바 '데인저(danger·위험) 레이다'를 꺼놓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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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도착할지 몰라 출근길에 한 역 정도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는 남아공 기차와 달리 제 시각에 오는 정시성과 청소가 잘 돼 쾌적한 한국의 기차와 지하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인천공항 가는 지하철에서 재킷을 놓고 내렸는데 공항 측에서 수소문해 찾아줘 감동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열정 가득한 한류 팬들의 이야기는 한국인으로서 우리 문화 등의 장점을 되돌아보게 했다.

이들은 한국 대사관에서 오는 11월 마지막 주 '블랙프라이데이'에 케이프타운 워터프런트의 반원형극장에서 열게 될 한류 경연대회에 한껏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댄스 경연의 경우 실력이 아마추어와 프로, 그 사이 등으로 세분화하고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니까 한달전 부터 예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박철주 대사는 "올해 가급적 한류 관련 행사를 많이 열겠다"라면서 "우리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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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