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가전업체인 중국 샤오미가 스마트 전기자동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회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선 ‘노(no) 마진’ 전략으로 시장을 확장해온 샤오미가 얼마나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두, 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특허 300건 이상 보유

'대륙의 만물상' 샤오미…가성비 전기차 만든다
샤오미는 31일 스마트 전기차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초기 자본금으로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10년 동안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가 자회사 CEO를 겸임한다. 스마트 전기차는 자율주행 등의 첨단기능을 갖춘 미래차를 뜻한다.

레이쥔 CEO는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는 샤오미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며 “샤오미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심을 보인 투자자가 많았지만 일단 샤오미가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만 자동차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말 기준 1080억위안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샤오미는 2012년부터 무선통신, 데이터 처리, 내비게이션, 자동차 조작 등과 관련해 300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 웨이라이(NIO) 등과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조작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샤오미의 AI 음성비서인 샤오AI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일부 차종에 채택되기도 했다.

그동안 샤오미가 전기차사업에 뛰어든다는 소문은 무성했으나 회사 측이 공식 발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작한 차량을 출시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샤오미의 전기차 진출이 유난히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건 이 회사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각종 전자기기를 IoT로 연결해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 마진은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에선 샤오미가 ‘1회 충전으로 1000㎞를 달리는 전기차를 10만위안에 출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빅테크 전쟁터 된 전기차 시장

중국 신에너지차(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통칭) 시장은 지난해 136만 대에서 올해 180만 대로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연간 신에너지차 판매량을 2000만 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커지는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해 테크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구입 제재로 스마트폰사업이 위축된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충칭 기반 국유기업인 창안차, 배터리 분야 중국 1위 업체인 CATL과 프리미엄 스마트카 브랜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화웨이는 4단계 자율주행에 필요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카 전용 칩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4단계는 무인차(5단계) 바로 아래로 거의 모든 운전을 시스템이 담당한다.

중국 검색시장 1위 업체인 바이두는 1위 민간 완성차업체인 지리차와 스마트 전기차 합작법인인 지두차를 세웠다. 바이두가 지분 55%를 보유하고 5명의 등기이사 중 3명의 임명권을 갖는 등 신설 회사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바이두는 개방형 자율주행차 개발 플랫폼인 아폴로를 운영하면서 스마트카 기술을 개발해왔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는 신생 전기차업체 웨이라이의 지분 16.3%를 들고 있는 2대주주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샤오펑의 2대주주다. 이들 빅테크는 각각 파트너 전기차업체들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