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2030년까지 5조리얄(약 1550조원)을 민간 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TV연설을 통해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석유화학회사 사빅(SABIC) 등을 통해 민간 투자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람코와 사빅은 5조리얄 규모의 투자 가운데 60%를 담당할 예정이다. 사우디의 이번 투자는 국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2030년까지 민간 부문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6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민간 투자와 함께 규제 완화, 보조금 확대, 인센티브 제공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의 이번 발표는 2030년까지 계획된 12조리얄 규모의 국가 투자 가운데 일부다. 이들 투자 계획에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3조리얄, 사우디 신규 투자자금 4조리얄 등이 포함된다.

사우디 정부는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기업의 소유 지분 매각에도 나설 계획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돈을 재활용할 것"이라며 "만약 PIF가 어떤 회사의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다면 30% 정도만 남겨두고 40%는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려 수도 리야드를 중동 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비전 2030 프로젝트에는 리야드 북서쪽 사막 한복판에 사우디판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조성하는 개발안 등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뒤 관광업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