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조원 무역길…복구엔 수일 걸려"
우선순위도 논쟁거리
살아있는 동물 싣고 있는 배 10여척
식품·의약품 운송선도 많아
좌초 선박에 막혔던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6일만에 다시 뚫렸다. 운하를 막고 있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선미와 선수 모두 물에 뜬 뒤 이동에 성공했다.

운하 항행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일대에 대기 중인 선박이 매우 많고 다양해서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에즈운하 양방향에서 발이 묶인 선박은 453척에 달한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 중 하나인 덴마크 마에르스크는 “밀려 있는 선박들이 전부 운하를 빠져나가는 데만도 6일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업 레피니티브는 “밀린 선박 통항이 정리되기까지 열흘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컨테이너 운송기업 하파그로이드는 일대 대기 중인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빠져나갈 때까지 4일이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수에즈운하 당국도 3~4일이면 일대 대기 선박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이날 앞서 에버기븐호 선체가 일부 물에 떴다는 소식을 발표하면서 "에버기븐호가 물에 떠오르면 수에즈운하를 하루 24시간 운영할 것"이라며 "일대 대기선박이 빠질 때까지 약 사흘 반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기 중인 각 선박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도 불투명하다. SCA가 우선순위를 정해두지 않으면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일제히 속도 경쟁을 벌이다가 병목현상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병목 현상을 막기 위해 SCA가 선박 일부에 우선 운항을 하도록 계획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운기업 하파그로이드는 "어떤 선박이 우선 통과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수에즈운하 양 끝에서 발이 묶인 선박 중엔 신선식품과 의약품을 싣고 있는 배들이 여럿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가축을 산 채로 싣고 대기 중인 선박도 10여척에 달한다. 이중 일부는 물과 사료가 부족해 통항이 늦어질 경우 동물 일부가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 제기됐다.

화물을 대규모로 싣고 가는 컨테이너선도 우선순위를 주장할 수 있다. 여러 컨테이너에 각기 다른 화물을 싣고 있는데, 납기일을 맞추지 않으면 각각 다른 화주에 막대한 금액을 배상해야 해서다.

며칠째 대기중이었던 배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각 항구에서도 기항과 하역 등이 지체될 전망이다. 해운정보기업 시인텔리전스 컨설팅의 라르스 옌센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상황이 길어질 수록 유럽 각 항구에 엄청난 교통체증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에즈운하 좌초 사태로 타격을 받은 세계 무역 규모는 하루 90억달러(약 10조1900억원)에 달한다.

선박 수십 척은 이미 아프리카 남쪽 끝 희망봉을 우회하는 대체 항로를 택해 운항 중이다. 운항기간은 약 2주, 연료 비용은 수십만달러가 더 드는 길이다. 한국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선박 4척을 희망봉 노선으로 돌리기로 했다.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이 희망봉을 돌아가는 것은 약 45년 만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