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미군 방호임무' 급증…2019년 14건→2020년 25건
미군 관여 우발적 무력 충돌에 자위대 휘말릴 가능성 커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집권 중에 정비해 놓은 안전보장관련법(안보법) 영향으로 미군과 자위대 간의 일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 19일 제·개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3월 29일부터 시행된 안보법은 자위대 임무를 확대해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보호하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넓힐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 중요영향사태법, 국제평화지원법 등 일련의 안보 관련 법률을 말한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한 일본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에 따라 자국이 직접적인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안보법 발효를 계기로 전수방위 원칙에서 벗어난 영역으로 군사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 안보법 시행 5년…속도 내는 미·일 군사영역 일체화
2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안보법에 근거해 자위대가 미군 함정과 항공기를 지키는 '무기 등 방호' 임무를 수행한 사례가 2019년 14건에서 작년에는 25건으로 11건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자위대의 방호 대상은 공동 훈련 중이던 미군기가 21건, 경계·감시 중이던 미 군함이 4건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은 방호 활동의 상세한 내용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항공자위대의 경우 지난해 미 공군기와 일본 주변에서 펼친 공동훈련은 발표된 것만 15건이고 주된 훈련장소는 동해, 동중국해, 오키나와 주변이었다.

훈련 내용은 1~2기의 미 장거리 폭격기와 15~20대의 자위대 전투기에 의한 편대비행과 전투 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쿄신문은 2019년 9건이던 항공자위대의 미군기 방호 임무 건수도 지난해 급증했다며 이는 공동훈련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의 '무기 등 방호' 활동은 다른 나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호주군과도 무기 등 방호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안보법 시행 5년…속도 내는 미·일 군사영역 일체화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안보법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의도를 반영한 일본 자위대의 무장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보법이 시행된 지난 5년간 안보법에 의한 임무 확대를 염두에 두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25기(3천18억엔)와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이 가능한 F35B 8기(1천52억엔)를 사들였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F35A 105기, F35B 42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또 작전 반경을 넓히기 위해 F35B 탑재가 가능한 '이즈모'형 호위함을 경항공모함으로 만드는 개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적기지 타격이 가능한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 공격 능력 확충을 추진하는 등 각종 무기류 개발 및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2021회계연도 일본 방위 예산은 5조3천422억 엔으로 불어나면서 7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 안보법 시행 5년…속도 내는 미·일 군사영역 일체화
내달 미국을 처음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첫 회담을 할 예정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이어받아 미국과의 군사적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을 둘러싼 역내 환경은 미·일의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조성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4일 동해 쪽으로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역내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중국해에서 해양 패권을 강화하려는 중국은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도쿄신문은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가 지난 23일 상원 청문회에서 "일본은 미사일 방어와 제공권, 해상안보 등의 분야에서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군사력 증강을 요구했다고 지적한 뒤 미중 간 군비 확충 경쟁에 일본이 휘말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보법 시행 여파로 미·일의 군사 일체화가 가속하면서 미군이 관여하는 우발적인 무력 충돌에 자위대가 말려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