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기븐 탓 선박 운항차질로 손실 '눈덩이 증가'
책임소재 놓고 분쟁 전망…연쇄 보험금 청구 빗발칠 듯

이집트 수에즈 운하 한가운데서 발생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고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를 누가 물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대만 에버그린이 선사, 일본 쇼에이 기센이 선주인 '에버 기븐'(Ever Given)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선수 부분이 수에즈 운하 모래 제방에 박힌 채 좌초했다.

길이 400m에 달하는 '에버 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으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수많은 선박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수억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으며, 이해당사자 간 책임 전가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해운업계부터 원자재 산업까지 이번 사고로 악영향을 받은 이들이 손실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에버 기븐'호나 운항이 중단된 다른 배에 실린 화물 소유주들이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이들 보험사는 다시 '에버 기븐'호 선주에 손실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에버 기븐'호 선주는 다시 보험사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겟돈과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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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자체 피해의 보상 여부도 주목된다.

통상 이 같은 선박은 1억∼2억 달러(약 1천100억∼2천300억원) 정도의 보험금이 보장된 보험에 가입하는데, 실제 보험금은 선박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에버 기븐'호의 프로펠러가 모래 제방에 박힌 점을 감안하면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상에서의 손실 비용에 대해 소유주와 보험업자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이른바 공동해손(general average loss)이 선언되면 보험금 지급 등도 복잡해지면서,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번 사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 중 하나가 영국 P&I 클럽(U.K. P&I Club)이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제3자 책임보험을 담당하는 일종의 상호보험인 P&I 클럽 13곳 중 한 곳인 영국 P&I 클럽은 '에버 기븐'호의 인프라 손상이나 장애 손실 등을 보장한다.

P&I는 구조 및 인양 비용, 매출 손실 등도 커버하는데, '에버 기븐'호가 언제 다시 운항을 재개할지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약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다시 하역해야 할 경우 비용이 크게 불어나면서 P&I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미 대규모 해상 사고와 관련한 보상금 청구는 전례가 있다.

지난 2012년 승객 3천216명, 승무원 1천13명 등 총 4천229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해변에서 좌초했던 사고가 대표적이다.

승객 32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친 이 사고와 관련한 보상금만 16억 달러(약 1조8천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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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사고의 책임 공방에서 수에즈 운하 당국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에즈 운하 항해 규정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측 도선사가 배에 탑승해있더라도 사고가 나면 선주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발생 당시 '에버 기븐'호에는 2명의 수에즈 운하 측 도선사가 탑승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난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투입된 네덜란드 업체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는 배와 화물의 가치를 토대로 성공보수를 받는데, '에버 기븐'호의 경우 수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밖에 수에즈 운하가 가로막히면서 발생한 글로벌 교역 장애로 인한 손실은 보상이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하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우회 노선을 택한 선박들은 '에버 기븐'호 선주 등에 추가 비용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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