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당국은 "곧 항행 재개할 수 있으니 대비"
전문가들은 무리한 작업에 배 균열 우려
에버기븐호 자매선, "제일 먼저 우회항로 선택"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막고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언제 예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주말 만조로 수위가 높아졌을 때 배를 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나왔다. 대형 선박에 무거운 컨테이너들이 줄줄이 쌓여있어 무리하게 예인하다간 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버기븐호, 온종일 예인작업에 29m 이동
27일(현지시간) 항만해운기업 인치케이프는 “여러 예인선이 작업한 결과 에버기븐호가 29m 가량 간신히 이동했다”고 밝혔다. 예인선 11척이 온종일 배를 끌어당긴 결과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뱃머리 부분에서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 너비 59m 크기로 폭이 약 300m인 운하 구간에서 좌초됐다.

이날 에버기븐호 일대에선 선박 예인과 일대 모래 준설 작업이 함께 이뤄졌다. 작업 팀들은 운하 둑 진흙에 박혀있던 에버기븐호 프로펠러와 방향타를 빼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기업인 독일 베른하르트슐테선박관리(BSM)에 따르면 28일엔 네덜란드 예인선 두 대가 추가로 도착해 작업을 도울 예정이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대 모래와 진흙 등을 파낸 결과 에버기븐호 선체 아래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를 언제 띄울 수 있을지 일정을 예상할 수는 없다”며 “예인 작업은 바람과 조수 등 많은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일대에 대기 중인 선박 수는 429척에 달한다.
"모든게 잘 풀리면 사나흘내 통항 가능"
일부는 수일 내에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준설전문기업 보스칼리스의 피터 베르도우스키 CEO는 “주말 이후에 작업을 마무리하는게 목표”라며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통항 재개 준비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수에즈운하 북쪽 방향 끝 지점께 있는 사이드항구 관계자를 인용해 “SCA가 일대 해운업체에 수에즈운하 통항 재개를 대비하라는 공지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SCA는 에버기븐호가 운하에서 빠진 뒤 병목현상을 막기 위해 일대 선박 133척에 대해 우선 운항 계획 초안을 짜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균열 생기면 수주 더 밀려…‘제3의 방안’ 써야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에즈운하에서 에버기븐호를 빨리 빼낼 수 있는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며 “강한 조류와 바람 등이 작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에버기븐호 측은 앞서 선박이 예인될 수 있을 정도로 물에 뜨기 위해선 최소 2~3일간 준설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밀물로 조수가 높아진 기간 안에 준설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예인작업 도중 에버기븐호에 균열이 생길 경우다. 미국 뉴욕 포드햄대에서 국제해상법을 가르치는 로렌스 브레넌 교수는 "현장사진을 보면 현재 선미가 땅에서 떠있는 상태"라며 "이는 선박 중앙부에 상당한 압력을 줘 추가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엔 선박 절반 지점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톰 샤프 영국 해군 전(前) 사령관은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만조 때 배를 예인하는게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겠지만, 배의 선수와 선미가 양방향 좌초 상태이기 때문에 양끝을 너무 세게 당기면 선체 자체가 파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균열 사태를 막기 위해선 에버기븐호에 실린 컨테이너를 여럿 빼내 무게를 줄여줘야 한다. 라비 SCA 청장도 이날 이같은 방법을 써야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른바 ‘플랜C’다.

라비 청장은 “다음주 안에 사태를 풀지 못하면 컨테이너 600여개를 옮겨 배 하중을 가볍게 해야한다”며 “이 경우 최소 며칠은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옮긴 컨테이너들을 어디다 둘지도 현재로선 수수께끼”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버기븐호엔 약 1만8300여개 컨테이너가 실려 있다. 하지만 좌초된 곳 일대엔 하역시설이 따로 없다. 코로나19 검역조치 강화로 인해 일대 다른 선박에 잠시 컨테이너를 옮겨놓는 방법도 쓰기 힘들다.

에버기븐호를 소유한 일본기업 쇼에이키센은 “선박 무게를 빼기 위해 컨테이너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알렸다.
에버기븐 자매선은 우회항로 타기로
일부 선박들은 수에즈운하 사태 장기화를 예상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주변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 경우 항해가 12일 가량 길어진다. 하지만 에버기븐호가 빨리 빠지지 못하면 우회 항로를 타는 것보다 더 오래 바다에 떠있어야 한다는게 각 해운기업들의 우려다.

해운정보기업 로이드리스트는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우회 항로를 선택한 컨테이너선이 나왔다”며 “에버기븐호의 자매선인 에버그리트”라고 밝혔다. 에버기븐호와 에버그리트 모두 대만 해운기업 에버그린이 용선사다.
"만조에 뚫릴 것" vs "자칫 배 쪼개져" 엇갈리는 수에즈 전망

일부는 미국 해군의 조력을 기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미국 델라웨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대부분 국가에서 갖추지 못한 장비와 기술이 있다”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미 해군이 준설전문 팀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고, 현지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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