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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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민족 뿌리가 없는 국가인가, 왜 다른 나라 문화를 훔치나."

"한국 고전 드라마 의상은 모두 중국 것을 베낀 것이다. (드라마) 안에 음식 모두가 중국 것이다."

"한국 역사 자체가 중국의 역사 아닌가."

지난 25일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검색하자 이같은 반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는 대부분 인기를 끌고 있고 있는데, 최근 방영된 '조선구마사'를 본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이 조롱 일색입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 장면. 사진=SBS 캡처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 장면. 사진=SBS 캡처

"한국 드라마서 나오는 옷과 음식…모두 중국에서 유래"

조선구마사는 드라마 1회부터 '중국풍' 논란을 빚으며 결국 2회 방영 만에 폐지됐습니다. 최근 김치, 한복 등 중국의 '역사 우기기'로 양국간 여론이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가 스스로 '역사 왜곡'을 불러일으키자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한국의 역사를 깎아내리며 조롱을 일삼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문제가 된 장면은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구마 사제(달시 파켓)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대접하는 모습입니다. 장소적 배경은 조선의 기생집입니다. 월병과 피단 등은 중국의 전통음식입니다. 또 출연자에게 중국풍 의상을 입히는가 하면, 태종이 양민을 학살하는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는 설정을 넣어 국내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았습니다.
사진=중국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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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중국의 한 누리꾼은 "왜 한국은 중국 문화를 도둑질 하는가, 양심도, 자존심도 없는가"라고 비꼬았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김치도 그렇고 (드라마 속 음식도 그렇고) 다 중국에서 건너간 것"이라며 "전통의복 역시 (조선은) 중국 의상을 입어오지 않았나"고 말했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한국이 중국의 음식과 복식, 더 나아가 건축물까지 전부 베겼다고 하는 억지 주장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달이 뜨는 강' 화면을 캡처해 중국 고궁과 비교한 사진을 올리면서 "한국의 경복궁은 중국의 고궁을 본떠 만든 것"이라며 "경복궁의 해치상과 벽 등은 모두 고궁에 있는 것과 색만 다를 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중국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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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해시태그 3200만개…中 '폭발적 관심'

중국 현지에서 한류 드라마팬들이 많은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현지 반응도 폭발적입니다. 현재 웨이보에서 '조선구마사' 해시태그는 3200만개에 달합니다. 특히 이번 '중국풍' 논란 관련 해시태그도 400만개 이상에 이를 정도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폐지한다니, 결국 영원히 결말을 보지 못하겠구나", "스스로의 역사를 부인하지 말라"는 등 조롱섞인 반응도 있습니다. 조선구마사 외에도 tvN '여신강림'이나 '빈센조' 등 앞서 다른 드라마에서 중국 기업 광고가 나오자 중국 간접광고(PPL)에 대한 조롱을 일삼는 누리꾼들도 있습니다. '중국 문화와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한 감정이 섞인 반응입니다.

한국에서 '중국풍'으로 논란이 거센 만큼, 현지에서도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은 뿌리없는 나라"…中서도 조롱받는 '조선구마사'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사진=중국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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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누리꾼들은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2020)'는 중국에서 소설로 먼저 출간된 뒤 제작된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 드라마를 쓴 작가의 전작 '화친공주'에서 고려인을 비하하는 '빵즈' 표현이 쓰인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 작가는 또 실존인물인 순원왕후와 신정왕후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지라시네'라는 표현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 뉴스·댓글 등을 번역하고 관련 게시물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조선구마사'에 광고를 편성한 기업들의 '손절' 선언과,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퍼나르고 있습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1월 트위터 계정에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장갑을 낀 채 담근 김치를 든 사진과 김치통을 앞에 두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든 사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지난 1월 트위터 계정에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장갑을 낀 채 담근 김치를 든 사진과 김치통을 앞에 두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든 사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문화 갈등간 '빌미' 제공해선 안돼"

'조선구마사' 논란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얘기가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문화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이에 굴복하는 듯한 입장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문제를 두고 불필요한 오해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조선구마사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