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6개의 대형 식당과 주점을 운영하는 케빈 버건 대표는 한 달 전 약 50명이던 직원 수를 최근 90여 명으로 늘렸다. 다음달까지 180명으로 증원하기로 하고 SNS에 구인 광고를 냈다. 현재 최대 수용 인원의 50%까지 허용되는 실내 식사 규제가 조만간 전면 해제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미국 곳곳에서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배포 확대, 대규모 부양책 등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식당, 주점 등 접객 업종에서만 지난달 약 3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지난주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8만4000건으로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처음으로 70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봉쇄 풀린다"…경제 정상화 기대로 들뜬 美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접종된 백신은 하루 254만 회분꼴이란 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설명이다.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6%인 8550만 명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접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대로 다음달까지 2억 회분 접종을 완료하면 5~6월에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상당수 대도시와 기업들은 경제 정상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스타 전문점 누들스는 전국 454개 지점에서 일제히 요리사와 매니저를 찾고 있다. 미네소타의 피트니스 업체인 라이프타임은 수개월 내 800명의 트레이너를 채용할 계획이다.

뉴욕주는 다음달 1일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전체 좌석의 20%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10일부터 ‘전면 봉쇄 해제’에 나선 텍사스는 메이저리그 개막전부터 관중을 100% 입장시킬 방침이다.

뉴욕시는 별도로 시내 100곳 이상에서 거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오픈 컬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다시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또 8만여 명에 달하는 시 전체 공무원은 5월 3일부터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미국 코로나19 사태 진원지’이자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뉴욕의 이런 적극적인 대응은 코로나19 극복이 가까워졌다는 걸 상징하는 조치라는 평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전체 공무원의 사무실 복귀야말로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올여름 여행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어데라에 따르면 이달 국내 호텔 예약은 2월 초 대비 3배, 항공편 예매는 5배 증가했다. 또 다른 조사업체인 톨루나의 최근 설문 결과에선 다음달 여행이 ‘괜찮다’고 생각한 응답자가 27%로 저조했으나 7월 여행에 대해선 42%가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항공권 가격도 뛰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30달러까지 추락했던 미 국내선 최저가는 이달 중순 기준 59달러 선으로 회복했다고 항공 컨설팅업체인 해럴어소이에이츠가 밝혔다.

일각에선 오히려 경기 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실질 소득이 늘어난 상태에서 ‘보복적 소비’까지 가시화할 경우 물가가 급등할 것이란 경고다. 팬데믹 이후 지난 1월까지 미 가계에서 추가로 저축한 금액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계산이다. 섀넌 시리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올 2~3분기 개인 소비는 70여 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을 것”이라며 “여행·레저 등 서비스 부문이 소비 호황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봉쇄 풀린다"…경제 정상화 기대로 들뜬 美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 성장률이 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화하면 1970년대 중반 이후 40~50년 만에 최고 기록을 쓰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실업률도 지난달 6.2%에서 올해 말 4.1%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미 중앙은행(Fed)이 정책 목표로 삼아온 최대 고용(3.5~4.0%)에 근접하는 수치다.

정보제공 업체인 IHS마킷은 이날 “미 경제의 회복 속도가 경쟁국을 지나치게 앞서면서 원자재 및 부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2007년 이후 가장 심각한 공급 차질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