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개표율 88%…네타냐후 재집권 또 '가물'
23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의 개표가 90%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최장수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의 재집권 여부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전체 120석의 의석 중 과반(61석)을 채우기 위한 물밑 협상이 불발하면, 또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총선 전날 투표종료 후 시작된 개표가 88%가량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트당은 30석의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리쿠드당의 의석수(36석)는 물론 출구조사 예측치(31∼33석)보다도 적다.

'반네타냐후 블록'을 주도하는 야이르 라피드의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는 17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재자 투표 용지 등에 대한 남은 개표 과정에서 결과가 다소 바뀔 수 있지만, 일단 양측 모두 현재 우호 지분의 총합이 과반(61석)에 못미친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우호 세력인 토라유대주의당(UTJ, 7석), 초정통파 유대교 계열의 '샤스'(Shas, 9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Religious Zionist Party, 6석) 등의 의석을 모두 합하면 52석이다.

여기에 네타냐후와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극우정당 '야미나'(Yamina 7석)까지 가세하더라도 59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네타냐후가 재집권하려면 반네타냐후 연대에 속한 정당 또는 제삼지대에 있는 아랍계 정당인 통합 아랍 리스트(UAL) 등을 끌어들여야 한다.

UAL을 이끄는 만수르 아바스의 경우 네타냐후와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에 관한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분분하며 이 정당의 기반인 아랍계 유권자 대부분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

더욱이 극우 정당 야미나를 참여시킬 경우 네타냐후 블록의 우파 성향은 더욱 짙어진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정착촌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정착촌 문제를 주요 이슈로 내건 야미나의 연정 참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으며 향후 확대 계획까지 밝힌 아랍권과의 관계 개선 문제도 야미나의 참여로 꼬일 수 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과의 대화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인정을 내걸기도 한다.

이에 따라 불과 2년만에 4번째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도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것이며,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아직도 나라가 분열되어 있다.

다섯 번째 총선이 실질적인 선택지로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미나가 연정에 참여할 경우 네타냐후는 극우 분자를 포함한 그 어느 때보다 협소한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재자 투표 등을 포함한 전체 총선 개표 결과는 이번 주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