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결의 위반아냐' 메시지 내며 절제된 반응…외교적 관여 시동걸듯

'대북전략 검토' 美, 北미사일에 상황관리…"대화 문 안닫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뤄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23일(현지시간) 절제된 반응을 보이며 상황관리에 주력했다.

이번 발사는 북미 대화 교착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전략 검토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시점에 나왔다.

시점이나 수위상 대북정책 새판 짜기의 막바지 작업에 나선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큰 상황변화는 없다며 차분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 설명에 나섰다.

북한이 지난 주말 발사한 것은 단거리 미사일 2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금지된 탄도 미사일이 아닌 순항 미사일로 알려졌다.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미 본토 위협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도 결이 다른 일종의 저강도 도발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 내용이 보도되자 브리핑을 열어 입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행정부 고위 관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아니라면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다양한 무기 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은 통상적인 연습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 대화의 문을 닫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미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보리 소집과 추가 제재가 뒤따른다.

따라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미국의 정책적 입지도 좁게 만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고 북미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한 전례가 있다.

'대북전략 검토' 美, 北미사일에 상황관리…"대화 문 안닫혀"
미 정부 브리핑은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서 상황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가 읽힌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대북 정책을 다시 짜기 위한 검토를 진행해왔다.

지난달에는 북한과 다양한 채널로 접촉을 시도하는 등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에도 신경을 기울여왔다.

미국은 대북 문제와 관련, 외교를 통해 풀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최근 NBC방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참모 회의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에 반(反)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미 법무부가 지난달 가상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북한 해커들을 기소했다고 발표하면서 북한을 '범죄조직'으로 언급하자 백악관 참모들이 발끈했다고도 NBC는 전했다.

미 정부는 지난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발편잠을 자려거든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며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서도 직접적 대응은 삼갔다.

미국은 대북 접근법과 관련, 실무 협의를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을 강조해왔다.

북한의 압박에도 원칙적 접근법에 따라 협상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과거 북미 대화를 촉진하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법으로 '벼랑 끝 전술'을 써왔다.

그 대표적 수단이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한 군사적 압박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날 북한에 대해 차분한 톤을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실제 도발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그건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일"이라며 "그들이 한 것으로 인해 새로 잡힌 주름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행동에 대해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로 인해 새로 문제가 생기는 등의 큰 상황 변화는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라면서 내주 말 한미일 3국의 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맹의 의견을 듣고 입장을 조율해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 정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여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