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일제히 인권 문제 삼아 대중국 제재…中대사 초치까지
중국, 북러 이어 중동까지 러브콜…즉각 EU 강력 제재로 맞대응
美 '동맹 동원·제재 폭격'에 中 '북러 밀착·보복' 난타전
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알래스카 담판'에서 난타전을 벌인 뒤 이번 주에는 동시다발 제재와 세력 과시 행보로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미중은 지난주 고위급 회담에서 홍콩과 신장(新疆) 인권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는데 회담이 끝난 지 불과 며칠도 안 돼 미국은 중국의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서방 동맹국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제재를 단행했다.

'핵심 이익을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던 중국도 즉각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북한 및 러시아에 이어 중동까지 보란 듯이 밀착 행보에 나서 미중 관계 악화가 향후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미국, EU 앞세워 '동맹국 총동원령' 대중국 압박 강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독불 장군식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동맹을 동원한 대중국 압박을 공언했는데 이달 들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주도로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해 중국 견제 협의체로 평가받는 쿼드(Quad)의 4개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의 안보 증진과 위협 대응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18~19일 알래스카의 미중 고위급 회담 직전에 한국과 일본을 동시 방문해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현을 재확인했다.

이들의 순방에서 일본은 공개적으로 '중국 타도'를 외치며 미국과 협력 의사를 드러냈고 한국은 중국을 적대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핵심 동맹임을 분명히 했다.
美 '동맹 동원·제재 폭격'에 中 '북러 밀착·보복' 난타전
이처럼 쿼드 정상회담에 이어 국무·국방 장관의 한일 순방으로 중국과의 일전(一戰) 준비를 한 미국은 이번엔 서방 동맹을 끌어모아 제재를 통한 압박 강화에 나섰다.

신장을 비롯한 소수민족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가 이날 잇따라 중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이다.

미국은 사전 조율을 통해 같은 날 일제히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한편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과 정면 대치를 피하던 EU까지 설득해 실력을 과시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렇게 서방국가가 한꺼번에 중국을 겨냥한 압박 조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러시아를 규합해 맞대응에 나선 중국에 대해 미국이 서방 동맹을 총동원해 맞붙는 양상이 연출된 셈으로, 중국이 당장 강력히 반발하며 극도의 긴장 고조를 예고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EU의 조치와 병행해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와 유린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조율된 행동을 취했다"면서 신장 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정책 중단을 촉구하는데 연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U 주축 국가인 프랑스는 주프랑스 중국 대사가 올해 여름 대만을 방문하기로 한 프랑스 위원들에 경고하고 비하했다면서 대사를 초치하는 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이런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관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대중국 견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25일까지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유럽연합(EU)의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그의 이번 유럽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분열되고 취약해진 대서양동맹(미국과 서유럽간의 안보동맹)을 복원하는 게 목적이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고위대표와 면담하고 미국과 유럽의 안보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 맞춰 나온 국무부 설명자료엔 "나토는 우리의 공동 안보 이익과 민주주의, 규범에 기초한 국제적 질서에 중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응하고자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 중국, 북러 이어 중동에 러브콜…서구에 즉각 보복 맞불
지난주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미국을 정면 비난하는 등 중국은 최근 들어 세력 과시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 친서를 교환하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바로 공개한 대목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 톱뉴스로 자세히 소개하는 등 중국 매체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북중 우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美 '동맹 동원·제재 폭격'에 中 '북러 밀착·보복' 난타전
시 주석은 구두 친서에서 김 위원장에게 국제적·지역적 정세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새 정세 아래 북중 관계를 견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구두 친서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지역의 평화안정 및 발전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 공헌을 하고 싶다고 밝힌 것 역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역시 북중 관계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관계로 강화·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대미 압박에 있어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이 미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중국과 연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최근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리룡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대사의 신임장 제출을 공개한 데 이어 북중 정상의 구두 친서마저 민감한 시점에 나와 중국은 이를 통해 대북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미국에 재확인시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중 고위급회담이 끝나자마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 중국을 방문한 것도 우군과 밀착해 세력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로 해석된다.
美 '동맹 동원·제재 폭격'에 中 '북러 밀착·보복' 난타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3일 공동 성명에서 미국과 EU 등을 겨냥해 서방세계 등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 모두 서방세계의 제재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냉전 시대의 정치·군사적 동맹을 통해 국제사회의 틀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과 함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를 문제 삼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칭하는 걸 서슴지 않으면서 급랭한 미·러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매체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균형추며 중러 협력에 상한선은 없다"며 미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왕이 부장이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을 방문하는 것 또한 반미 세력인 이란 등과 밀착해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중국은 EU가 신장 인권 문제로 중국 인사들을 제재하자 곧바로 EU 인사 등에 대해 제재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 주재 EU 대사를 초치해 양측 관계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오류를 바로잡으라고 엄중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가 즉각 제재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국 압박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중국 외교부는 "EU가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구실로 중국 관련 인사와 단체를 일방적으로 제재했다"면서 "중국은 반대하며 국가 주권과 안보를 지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EU 관리들에 대한 제재는 정당하고 시의적절했다"면서 "EU와 중국을 대립하게 하려는 미국의 이간질로부터 EU는 멀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