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와 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3조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꺼낼 것으로 전해졌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처리하자마자, 그것도 시장에서 예상한 2조달러를 뛰어넘는 초대형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3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마련 중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열리는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부양책 윤곽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하는 부양책은 크게 인프라 투자와 교육 투자로 나뉜다. 인프라 투자 법안엔 도로 교량 등 교통망 개선, 탄소배출 감축, 광대역 통신망 확충, 제조업 강화 등이 담긴다. 교육 투자 법안엔 유치원·커뮤니티칼리지(2년제 지역 전문대) 무상교육, 자녀 세제 혜택 연장, 유급휴가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초대형 부양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때 법인세율 인상(21%→28%),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 최고 세율 상향 조정(37.0%→39.6%) 등을 공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3조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이든표 경제개혁’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급한 불은 끈 만큼 이제부터는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해 대선 때 공약한 대규모 인프라 및 교육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가 변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바이든의 부양책을 “대대적 증세와 일자리를 죽이는 좌파 정책을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비판했다. 샘 그레이브스 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 공화당 간사도 이달 초 “공화당은 교통 인프라를 가장한 또 다른 ‘그린 뉴딜’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양책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문제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의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특별조정 절차’를 통해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통과시켰을 때보다 이번 3조달러 부양책 처리는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 급증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는 점도 변수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지난 1년간 여섯 차례 부양책을 통해 총 5조6000억달러의 재정을 쏟아부었다. 여기에 3조달러 부양책이 추가되면 재정 투입액은 8조6000억달러로 늘어난다. 이는 2020회계연도 연방정부 본예산(4조7900억달러)의 1.8배에 달한다.

인플레이션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성향 경제석학들도 걱정하는 문제다.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1조9000억달러 부양책만으로도 경기가 과열돼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