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인중개사 수가 매물로 나온 주택 숫자를 추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회원으로 등록한 공인중개사는 145만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반면 1월 말 기준 매물로 나와있는 미국 주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104만채에 그쳤다. 1982년 이후 사상 최소치다. 주택 수요는 급증한 반면 매물은 줄어들면서 지난 1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NAR에 따르면 지난 1월 팔린 기존주택의 중위가격은 30만39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올랐다.

미국에서 공인중개사 수가 매물보다 많은 경우는 역사적으로 드물었다. 미국 주택 거래가 급감했던 2019년 12월이 매물보다 공인중개사가 많은 기록을 세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매물보다 공인중개사가 많은 역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에서 공인중개사 숫자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에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이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하는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텍사스주의 경우 첫 시험 응시자 중 3분의 2가 합격한다.

코로나19 이후 활황을 맞은 미국 부동산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와 공인중개사 수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년 10월 NAR에 회원으로 가입한 공인중개사 수는 137만명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2년 3월에는 96만명으로 줄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공인중개사 자격을 신규 취득한 사람들을 ‘코로나 새내기’(pandemic babies)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내기 공인중개사들은 계약 성사 능력이 떨어져 초기에는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매물이 줄어들며 공인중개사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2019년 기준 2년 이하 경력의 공인중개사들의 연봉 중간값은 8900달러(약 1000만원)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