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의 이민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에 대한 기대로 남부 국경에서 불법이민 시도가 급증하면서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가족을 동반한 1만9945명,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 9297명이 미 국경지대에서 불법이민을 시도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와 63% 늘었다. 현재 구금 상태인 불법이민자도 1만4000명에 달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국경을 봉쇄했다. 불법이민자를 강력 추방하고 불법입국한 부모가 기소되면 미성년 자녀와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폈다. 이 때문에 ‘비인도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포용 정책으로 돌아섰다. 불법입국 차단 정책을 펴고는 있지만 미성년자 혼자 입국한 경우 강제 추방하는 대신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남부 국경장벽 건설은 중단했다. 또 최대 11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체류자에게 일정 기간 후 시민권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불법이민 시도가 늘어난 배경이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을 둘러싼 기대로 불법이민 시도가 늘어나는 데다 당장 몰려드는 불법이민에도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은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할 곳을 찾지 못해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 있는 대형 컨벤션 센터 등을 긴급 보호시설로 개조할 방침이다.

불법이민 증가를 두고 전·현직 행정부 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바이든 행정부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 CNN, ABC 등에 잇달아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하고 질서있는 이민 시스템을 해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시스템을 재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넘겨줬다”며 “불과 몇 주 만에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적 승리를 국가적 재앙으로 바꿔놨다”고 공격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