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첫 고위급 회담…난타전에 공동발표문 없이 견해차 확인
북한·이란·기후변화 등 접점 의제에선 교감…중국 지렛대 역할 주목
거친 탐색전서 할말 다한 미중 첫담판…北문제 등 협력 모색하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틀간의 미중 고위급 회담이 팽팽한 기 싸움 속에 19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회담 후 미국은 힘든 협상을 했다면서도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도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지만, 여전히 차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대체적 예상대로 공동발표문은 없었다.

결국 양측이 치열한 분위기에서 '할 말은 다 한' 협상으로, 바이든 시대 첫 탐색전에서 입장 차이를 확실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북한, 이란, 기후변화 등 협력이 필요한 의제에서는 교감을 나눴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추가 논의의 진전 가능성을 남겼다.

전날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부터 거친 설전으로 시작된 담판은 첫날 두 차례 만남에 이어 이날 한 차례 만남까지 총 3차례 세션으로 진행됐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여했다.

언론에 공개된 첫날 모두발언은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지만, 시작부터 난타전이 벌어져 1시간 넘게 지속됐다.

이는 양측이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각인됐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기술 분야 등 전방위 무대에서 패권 분쟁을 벌여왔다.

미국은 회담에 앞서 국무·국방장관이 동북아 핵심 동맹인 한국, 일본을 순방한 뒤 블링컨 장관이 중국과 마주하는 수순을 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4개국의 쿼드 화상 정상회의도 가졌다.

동맹과의 전열을 정비하고 역내 우방 및 파트너들과의 세를 과시, 미국이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대중 압박 수위를 최고치로 끌어올린 뒤 협상에 나선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을 지적하고 예민한 주제인 인권도 거침없이 거론했다.

그는 회담 후 동맹과 공유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미국의 정책과 원칙, 세계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또한 미국의 내정 간섭을 거론하는 등 예상을 넘는 강경 반응으로 쉽게 굴복하거나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입장을 드러냈다.

중국의 첫날 거친 발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를 처음으로 제대로 맛본 것 같다"고 평했다.

이는 중국의 애국주의 흥행 영화 제목인 '전랑'(戰狼·늑대전사)에 빗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지칭한다.

거친 탐색전서 할말 다한 미중 첫담판…北문제 등 협력 모색하나
한편으로 양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협력을 모색할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북한 문제도 이런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됐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우선순위와 의도를 제시하고 중국 측으로부터 이를 들을 기회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홍콩, 티베트, 대만, 신장과 사이버 공간까지 미중 간에 근본적으로 상충하는 여러 영역이 있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의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회담 후 미국이 중국과 협력할 분야가 있는지 탐색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특히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때리기'에 올인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대중국 전략과 관련, 경쟁과 협력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규칙에 근거한 국제 질서를 강조하면서 동맹·우방과의 연대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무역, 기술 등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핵 비확산, 기후변화, 보건 안보 등의 분야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정책 추진에서 중국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 자제나 제제 이행, 비핵화 논의 등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역시 대북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해 통상·기술 분쟁 등 자신의 핵심 이익 분야에서 미국과의 과도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은 양측이 서로와 세계에 대한 매우 다른 견해를 날카롭게 주고받은 뒤 이틀간의 논쟁적인 회담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