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코로나19 대처, 경기 부양, 중국 견제 등 핵심 국정과제를 ‘속전속결’ 식으로 해치우고 있다. 대선 때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과는 딴판이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코로나19 부양책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양책 통과에 화력을 집중했다. 공화당이 반대한 것은 물론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민주당 성향 경제 석학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과도한 부양책’에 반대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민주당 의원들을 독려해 취임 51일 만에 상·하원 통과부터 대통령 서명까지 끝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이 의회에서 처리되기도 전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논의에 들어갔다. 또 공격적 재정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 논의에도 시동을 걸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 때 코로나19 종식 이전엔 증세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보다 한 박자 빨리 ‘증세 카드’를 꺼냈다. 법인세율 및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이 ‘바이든표 증세’의 핵심 타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10일 내 미국인 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당시 목표는 ‘취임 후 100일 내 1억 명 접종’이었는데 목표 달성 시점을 한 달 이상 앞당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3종류의 백신 확보에 이어 국방물자생산법(전시물자동원법)까지 활용해 백신 생산과 접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미국인은 16일 현재 7210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약 22%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포위망’도 발빠르게 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외교장관 회의에 머물렀던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Quad)’를 지난 12일 정상급 회의로 한 단계 격상한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16~18일엔 국무·국방장관의 한국·일본 연쇄 방문, 18~19일엔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동맹 복원 후 중국 압박'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미 정치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집계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평균 53.9%다. 4년 전 이맘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43.9%)보다 10%포인트 높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 때부터 강조한 ‘통합’은 아직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1조9000억달러 부양책 처리 때 상·하원에서 단 한 명의 공화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공화당 ‘초당파’ 의원들이 부양책을 6000억달러로 줄이자는 타협안을 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