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출신이 원주민 정책 다루는 부처 수장으로…"역사적" 환영
할랜드 미 내무장관 지명자 인준…첫 원주민 출신 장관 탄생(종합)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계인 뎁 할랜드(61) 미 내무장관 지명자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이로써 그는 미국의 첫 원주민 출신 각료이자 원주민 정책을 다루는 연방기관의 첫 원주민 출신 수장이 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상원은 이날 할랜드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1표, 반대 40표로 통과시켰다.

할랜드 지명자는 '그린 뉴딜'로 불리는 청정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고 원유 및 가스 굴착에 적극 반대해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쳤지만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댄 설리번(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4명의 공화당 의원이 당의 노선을 거슬러 찬성표에 가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중 머카우스키, 설리번 의원의 지역구인 알래스카는 원주민 인구가 전체 주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곳으로, 수백명의 여성들이 알래스카 지역 언론에 인준 통과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싣는 등 주 차원에서 할랜드 지명자에 대한 지지 여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인준 통과로 할랜드 지명자는 미국의 원주민 출신 첫 내각 장관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됐다.

특히 내무부가 미 연방에서 인정한 부족만 574개에 달하는 북미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에너지, 토지, 수자원, 국립공원, 멸종위기종 관리 등 환경 및 생태 보전 정책을 다루는 부서라는 점에서도 미 언론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뉴멕시코주 지역의 라구나 푸에블로 원주민 부족 출신으로서 조상이 35세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미국의 첫 원주민 출신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내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군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과거 푸드 스탬프(저소득 영양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싱글맘'으로 자신을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이 미국인들에게 또 하나의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장관이 된다면 바이든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추진을 최우선으로 해 석탄이나 우라늄 등 광물 자원 발굴로 훼손된 국토를 회복시키고 수질 오염 등의 문제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원주민계 단체도 할랜드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역사적'이라며 환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내각과 다른 여러 자리에서 소외돼왔다"며 "할랜드 지명자의 인준으로 이 나라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대표하는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또 한걸음 크게 나아갔다"고 환영했다.

미국 최대 원주민 단체인 아메리칸인디언전국회의(NCAI)의 펀 샤프 의장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을 이끌고 우리의 땅과 문화 자원을 관리하며 원주민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조약 의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할랜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할랜드 지명자의 인준 통과로 바이든 내각의 다양성도 더욱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비롯해 첫 성소수자 출신 각료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첫 흑인 출신 국방부 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이민자 출신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등 다양한 배경의 각료들을 배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