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보유 중인 언론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진두지휘 아래 대대적인 ‘인터넷 기업 길들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올해 초 알리바바가 보유한 미디어 자산 규모를 조사하고, 알리바바 측에 언론사 지분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알리바바는 신문 방송 디지털 소셜미디어 광고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와 홍콩의 대표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유쿠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을 비롯해 저장성·쓰촨성 등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신문사와 제휴를 맺거나 합작사도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미디어 자산 규모는 상장사 등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만 따져도 최소 80억달러(약 9조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의 이런 행보를 공산당과 선전기관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날 CNBC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모바일 브라우저 ‘UC브라우저’가 중국 내 여러 앱스토어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는 UC브라우저가 삭제됐거나 다운로드가 막혔다. 반면 삼성·애플 앱스토어에선 UC브라우저를 기존처럼 검색해 내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개석상에서 중국 금융감독 당국을 비판한 이후 중국 정부는 마윈과 알리바바를 겨냥해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1월엔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무산시켰다. 중국의 시장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알리바바에 중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9억7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주석은 전날 ‘인터넷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주제로 열린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인터넷) 플랫폼 경제가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장기적 각도에서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인터넷 기업을 겨냥한 고강도 압박을 시사한 것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