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증세 논의를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처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덜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미 행정부가 대대적 증세를 추진하는 건 1993년 이후 28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사진)은 대선 때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이를 절반가량 되돌리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과 급여세 추가 부과, 연간 100만달러 이상 자본이득에 대한 증세 등도 공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증세안에는 이 같은 대선 공약이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 논의는 막대한 코로나19 부양책 시행과 계획 중인 인프라 투자를 위한 ‘청구서’ 성격이 크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지난해 3월 이후 총 여섯 차례 부양책을 통해 5조60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미 연방정부의 2020회계연도 본예산(4조7900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더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로 연방정부 재정이 악화하자 증세를 꺼낸 것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타깃은 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될 전망이다. 비영리단체 조세재단은 ‘바이든표 증세안’이 현실화되면 10년간 2조1000억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전문지 더힐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코로나19로 실업률이 높은 상황이란 점을 들어 ‘증세 연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법인세 최저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독일·프랑스 재무장관 등과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걸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수 국가가 법인세 최저한도 설정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또 이 같은 방안이 도입돼 국가별로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유치 경쟁이 줄어들면 이미 부유한 국가에는 유리하지만 기업 유치를 통해 고용과 세수를 늘리고 싶어 하는 저개발 국가에는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