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유럽에 이어 아시아 국가까지 접종 중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AZ 백신에 대한 사용 승인을 내주기까지 수 주일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 문제’를 이유로 AZ 백신의 사용 중단을 결정했다고 미 CNBC가 보도했다.

덴마크가 일부 접종자한테서 혈전(血栓)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며 향후 2주일동안 AZ 백신의 배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태국 보건부는 “AZ 백신은 좋은 약품이지만 국민 안전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AZ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는 국가들은 계속 늘어왔다. 덴마크와 태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이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는 이 백신의 특정 생산 물량에 대해 사용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CNBC는 전했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예방적 수단’일 뿐 AZ 백신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는 아니라는 게 유럽 국가들의 설명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성명에서 “AZ 백신이 혈전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며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접종을 지속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백신을 접종한 유럽 내 500만여 명 중에서 혈전이 발생한 사례가 30건에 불과한 만큼 자연 발생 빈도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백신의 이점이 부작용 위험을 능가한다”고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AZ 백신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일부 국가의 AZ 백신 중단은 예방적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의 실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CNBC에 따르면 AZ 백신의 예방률은 76% 정도로, 화이자나 모더나의 95%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3개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AZ 백신에 대해선 아직 긴급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제프리 자이언츠 미 백악관 코로나 대응 조정관은 “식품의약국(FDA)이 수 주일 내 AZ 백신의 승인을 내주면 신속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 허가에 대비해 비축 중인 AZ 백신을 유럽(EU)에 나눠주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EU 측은 “미국이 비축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는 AZ 백신을 우리에게 수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0일 “우리 국민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한 뒤 여유 물량이 있다면 다른 나라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월 1일부터는 모든 미국 성인으로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접종 속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과잉 접종(oversupplied and overprepared)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