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해 7%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4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앞지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도 확정돼서다.

13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6.9%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높은 7.3%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6% 이상’을 제시했다.

미국의 성장률이 중국을 능가한 것은 1976년이 마지막이었다는 게 세계은행 통계다. 그 이후 양국 성장률 차이가 가장 작았던 해는 닷컴 붐이 일었던 1999년으로, 미·중 성장률은 각각 4.8%와 7.7%였다.

지금까지는 경제 위기 이후 반등하더라도 중국의 회복 속도가 훨씬 빨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중국의 성장률은 10.6%로, 미국(2.6%)의 네 배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이던 2019년의 성장률 격차는 세 배에 가까웠다.

올해 미국 성장률이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배경은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크게 줄고 있는 게 꼽힌다. 지난 1월만 해도 사망자 수가 하루 최고 4000명을 넘었지만 최근엔 1500명 선으로 크게 감소했다. 1조9000억달러에 이르는 부양책이 이날부터 집행되기 시작했고, 최대 4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법안이 추진되는 점도 호재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6.2%였던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말 5% 밑으로 떨어지고, 내년 말에는 4%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중국을 앞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변이 바이러스 등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중국이 목표치보다 더 성장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중국을 추월해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숙 단계인 미국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중국 경제가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NN은 “일회성에 그치더라도 올해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