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총리·북새통 음식점…이스라엘의 팬데믹은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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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한 카페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모세 라이언 예루살렘 시장이 방문했다.

야외 좌석에 어깨를 맞대고 앉은 두 사람은 마스크를 벗고 밝게 웃으며 찻잔을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의 성과를 자축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930만 명)의 5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40%는 2차 접종까지 마친 상태였다.

지난 5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빠르고 효율적인 백신 접종을 통해 팬데믹에서 빠져나오는 첫 번째 국가"라고 평가했던 네타냐후는 8일 1차 접종자 500만 명 돌파 기념행사에선 "4월 중 16세 이상 성인 인구의 접종이 완료되면 이스라엘이 팬데믹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스크 벗은 총리·북새통 음식점…이스라엘의 팬데믹은 끝났나
마스크 벗은 총리·북새통 음식점…이스라엘의 팬데믹은 끝났나
◇ 마스크 벗은 시민들로 넘쳐나는 식당…"열흘 치 예약 끝났어요"
오는 23일 총선을 앞두고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었던 네타냐후 총리의 화려한 언론 플레이 이후 이스라엘은 마치 지구촌 유일의 '팬데믹 해방구' 같은 모습이다.

식당과 술집, 쇼핑몰 등 대부분의 상업시설이 재가동된 가운데 영업장은 방역 조치 때문에 집에만 머물렀던 시민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주요 도시의 식당과 술집은 지난 7일 3차 봉쇄 완화로 영업이 재개된 후 밀려드는 손님들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일부 식당은 열흘 치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한다.

텔아비브에서 구차라는 식당을 공동운영하는 하가이씨는 "미쳤다.

다시 문을 연 이후 주중에도 예전 주말 수준으로 손님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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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샤론 미즈라히는 예약 문의자들이 하루 400여 통의 전화와 수십 건의 이메일을 보내온다면서 대응할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던 음식점의 매장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매출은 급증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브런치 타임'의 매출이 1주일 전보다 15% 늘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봉쇄를 완화하면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해 일상생활에 차별을 두기 위해 '그린 패스' 제도를 도입했다.

그린 패스 소지자는 실내 출입이 가능하지만, 미접종자는 실외 좌석에만 앉을 수 있다.

또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흥가에서는 이런 제도는 무의미해 보일 정도다.

하루 최대 1만 명가량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한 달간 1천400여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던 불과 두 달 전의 상황은 이미 오랜 과거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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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관련 지표도 안정세…전문가도 인정
실제로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지표는 최근 눈에 띄는 안정세를 보인다.

하루 확진자 수는 1월 중순 고점의 4분의 1선인 2천500명대까지 줄었고, 중증 환자 수도 지난해 12월 말 이후 가장 적은 600명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봉쇄 완화 이후 일시적으로 1을 넘겼던 감염 재생산지수도 최근 0.8까지 떨어졌고, 검사 수 대비 양성 비율도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관련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자 그동안 지도부가 밀어붙인 봉쇄 완화를 '정치적 결정'으로 치부했던 전문가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이스라엘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나흐만 아쉬 교수는 지난 10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규 감염자 수 등 코로나19 관련 지표에 의미 있는 하락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이스라엘 보건부도 관련 통계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봉쇄 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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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종률 60%에 신규 확진자 2천∼3천 명대…'팬데믹 졸업은 아직'
13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전체 인구(약 930만 명)의 약 60%에 해당하는 511만7천여 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

2회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409만4천여 명에 달한다.

감염에서 회복된 78만여 명을 포함하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487만 명으로 이미 전체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하루 2천 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건 '접종 사각지대'에 있는 16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젊은 층의 낮은 접종률 때문으로 보인다.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절반 이상은 19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이다.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60세 이상 연령대의 3월 6일 기준 접종률(2회 접종 기준)은 80.5%인 반면 16∼59세의 접종률은 19.99%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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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아직 명확한 임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아직 공식적인 접종 대상이 아니다.

또 초정통파 유대교도와 아랍계 등 방역과 접종에 저항하거나 수동적인 집단의 존재도 이스라엘의 팬데믹 졸업에 부정적인 요소다.

더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생긴 항체의 지속 기간이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항체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3천600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문가들이 아직 코로나19 상황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헤르조그 메디컬 센터의 야콥 하비즈 교수는 예루살렘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아직 하루 수천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