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51일만에 다자 中대응 시동…"자유·개방·민주가치의 인도태평양"
北비핵화 의지 재확인…연내 대면 정상회의 합의, 명실상부 다자협의체 자리잡나
'反中' 쿼드 첫 정상회의…인도태평양 백신외교·기술도전 협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통해 다자회의에서 사실상 반(反)중국 기치의 깃발을 내건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일본, 인도, 호주 정상이 참석한 4자 쿼드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서다.

지금까지 쿼드 회의가 외교장관 선에서 모두 3차례 열렸지만 정상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51일 만에 쿼드 외교장관 간 회의에 이어 정상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한 역내 사안을 동맹들과 시급히 논의할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쿼드 4개국 정상이 내놓은 공동성명에도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물론 이들은 중국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쓰지는 않았다.

핵심적인 위협이지만 협력할 사안도 적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유, 개방, 포용과 민주적 가치에 닻을 내리고 억압으로부터 구속받지 않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제시했다.

중국이 이 목표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인식을 함의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계승한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시선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인도·태평양은 물론 그를 넘어서서 안보·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법에 뿌리를 둔 자유롭고 개방적인 규칙 기반의 질서를 증진하겠다고 약속했다.

'反中' 쿼드 첫 정상회의…인도태평양 백신외교·기술도전 협력
특히 쿼드 4개국은 아세안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중국이 백신 외교 등으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동남아국가 연합체인 아세안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중국과의 전선 구축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동남아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쿼드 4개국은 백신의 효과적인 생산과 공정한 접근 확대에 힘을 모으겠다고 의견을 함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백스 등 다자기구와 긴밀히 협조해 공정한 백신 접근 강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년까지 최대 10억 도스의 백신을 인도에서 생산해 동남아 등에 배포한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일본이 자금을 지원하고 호주가 물류 지원을 하게 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들 정상이 사이버, 기술, 해양영역 등에서의 공동 과제를 해결키로 한 것도 중국과 무관치 않다.

미국은 중국을 첨단기술 도용 국가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전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일부 공급업체들을 상대로 제재를 가했다.

화웨이의 5G 장비용 부품 수출을 명확히 금지한 것으로, 트럼프 전 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중국 기술 압박 수위를 한층 더 올린 것이다.

해양 영역에서의 협력 역시 동·남중국해 영해 분쟁과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 스가 총리는 회의에서 주변 수역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일방적 시도를 반대한다면서 이 문제에 관해 다른 정상과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일 간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에 대해서도 쿼드 4개국이 대중국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反中' 쿼드 첫 정상회의…인도태평양 백신외교·기술도전 협력
쿼드 4개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비록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을 최우선 외교적 도전으로 제시했지만 한반도 문제 역시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의 협력을 토대로 한 다자 틀 속에서 대북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7∼18일 방한해 한미동맹·북한문제를 협의한다.

특히 쿼드 4개국 외교장관이 최소 연 1회 회담하며 소통을 활성화하고 대면 정상회의도 올해 안에 열기로 하면서 사실상 정례화의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쿼드가 명실상부한 또 하나의 다자 협의체로 자리 잡으면서 역내 역학 구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쿼드 플러스' 합류 압박 양상도 기존과 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쿼드가 미국과 유럽의 연합방위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인도태평양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역내 국가들의 중국과의 경제·안보적 역학 관계를 감안하면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