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등 일본 총리를 지낸 5명이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폭발사고 10주년을 맞아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12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씨가 고문을 맡은 '원전 제로·신재생에너지 추진 연맹'은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인 전날 탈원전을 주제로 한 온라인 국제회의를 열었다.

고이즈미 씨는 이 회의 강연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재(人災)"라며 원전 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일본의 모든 원전이 멈춘 적이 있었던 점을 들어 "원전 제로는 무모하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현 집권 자민당에 유권자들이 표를 줄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등 전직 일본 총리 5명 한목소리로 '탈원전' 주장
정계 은퇴 후 자민당 출신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원전 반대 활동가로 변신한 고이즈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도 원전을 핵심 에너지원의 하나로 지켜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정권과 이를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에너지 정책을 수시로 비판해 왔다.

자민당 출신이 아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도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원전 반대 주장을 폈다.

간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총리를 지냈다.

하토야마 씨는 고이즈미 전 총리에게 "탈원전 정당을 만들어 당수로 취임하면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도 이 행사를 통해 원전 제로화를 주장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호소카와 씨는 "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계기로) 원전이라는 부조리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거듭 다져야 할 것"이라고 했고, 무라야마 씨는 "아직 탈원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신재생 에너지 도입에서도 뒤처진 일본의 현실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등 전직 일본 총리 5명 한목소리로 '탈원전' 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