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명운 가른 사업 재편①

13년간 시총 7배 증가한 소니, 파나소닉 역전
소니 순익 첫 1조…파나소닉 영업익은 40년전보다 적어
2003년 '소니쇼크' 이후 서비스기업으로 사업재편
기업집단할인 해소하고 사업구조 스마일커브로
사진=AP

사진=AP

14조230억엔(약 148조원) vs 3조3503억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소니와 파나소닉의 시가총액이다. 소니는 일본 3위, 파나소닉은 42위다. 2008년까지만해도 파나소닉의 시가총액은 2조7000억엔으로 1조9000억엔의 소니를 앞섰다. 13년간 파나소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소니의 시가총액은 7배 증가하면서 위상이 바뀌었다.
◇소니, 시가총액 기록 21년만에 경신
두 기업의 현 주소를 드러낸 장면이 지난달 2~3일 있었다. 2월3일 소니는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1조850억엔으로 전년대비 86% 증가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예상대로라면 소니는 1946년 창업이래 처음으로 순익 1조엔을 달성한다. 당초 예상치는 5100억엔이었지만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반 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두 배로 늘려잡았다. 발표 이후 소니 주가가 급등하면서 2000년 3월1일 세웠던 시가총액 기록(14조6833억엔)을 21년만에 갈아치웠다.

하루 전인 2일 파나소닉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보다 34% 감소한 1500억엔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소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예상 매출액은 6조5000억엔으로 30년 전보다도 적다. 거품경제 마지막해인 1991년 파나소닉의 매출은 6조5990억엔이었다. 영업이익은 1984년 기록한 5757억엔을 36년째 깨지 못하고 있다.

소니의 시총은 어떻게 파나소닉의 4배가 됐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전문가들은 사업재편이 두 전자 대기업의 명운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소니가 간판사업이었지만 실적이 저조했던 플라즈마TV, 노트북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하는 동안 파나소닉은 제조업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워크맨’으로 1980~1990년대 세계를 제패한 성공에 취한 소니는 인터넷 시대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2003년 4월 순이익이 전년보다 40% 추락한 ‘소니 쇼크’가 터졌다. 이후 주력인 전자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5차례 적자를 냈다.

생존을 위해 소니가 선택한 길이 전자 사업의 비중을 낮추는 사업재편이었다. 가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에서 벗어나 기업이 가격 주도권을 쥐기 쉬운 서비스업으로 변신하자는 시도였다.
◇제조업 비중 줄이고 콘텐츠서비스 확대
소니 사업재편의 큰 방향은 기업집단 할인(conglomerate discount)과 스마일 커브(smile curve)로 요약된다.

기업집단 할인이란 그룹의 전체 가치가 계열사들의 합에 못미치는 현상이다. 문어발식 경영의 폐해다. 소니는 그룹 가치의 합에 마이너스가 되는 사업을 지금까지의 명성과 관계없이 처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화학사업을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7월 ‘VAIO’ 브랜드로 전세계 노트북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던 PC사업과 TV 사업을 차례로 정리했다. 세계 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한 리튬이온배터리사업도 2017년 무라타제작소에 매각했다.

반면 지분 65%를 갖고 있던 금융 계열사인 소니파이낸셜홀딩스는 4000억엔을 투입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금융을 소니그룹의 핵심 사업부 가운데 하나로 놓기 위한 결정이었다. 소니생명보험과 같은 금융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데다 핀테크 기술혁신을 접목하면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유지분을 100%로 늘림에 따라 소니의 연결기준 순익도 매년 400억~500억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의 시총은 어떻게 파나소닉의 4배가 됐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스마일커브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인 제조공정보다 처음과 마지막 단계인 연구개발, 브랜드 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의 부가가치가 더 높다는 경영이론이다. 각 제조공정의 부가가치를 그래프로 그리면 미소를 짓는 것처럼 ‘U자형’이 된다는데서 ‘스마일’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사업 재편의 결과 과거 주력사업이었던 제조업의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대신 게임, 음악, 영화, 금융 등 서비스 산업과 이미지센서 등 부품 산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핵심 사업부 대부분이 스마일커브의 양 끝단에 위치한 것이다. 지난 25년간 쉴틈없이 사업의 취사선택을 진행한 결과다.
◇日가전 유일 영업이익률 10% 넘어
게임, 음악, 금융 등 이익률이 높은 사업을 엄선해 재투자를 반복한 덕분에 소니는 일본 8대 가전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실적발표회에서 소니는 게임, 음악, 영화, 전자, 반도체, 금융 등 6개 전 사업분야의 영업익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특히 게임 부문의 영업익은 3400억엔으로 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소니는 지난해 콘솔형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를 출시했다. 신형 게임기를 출시한 해는 막대한 개발비용 때문에 이익이 줄어드는게 지금까지 업계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5 발매 직후 게임 사업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400억엔 늘렸다.

개발비용은 전년보다 1000억엔 늘었지만 정기구독 방식(서브스크립션)의 온라인 가입자수가 4500만명으로 30% 이상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 결과 영업부문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최근 3년 평균 7600억엔으로 이전 3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그룹의 실적이 영화와 음악의 업황이 좌우되던 추세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도토키 히로키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양한 사업분야가 모두 강해지면서 코로나19 악영향의 복원력도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