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거품경제 시대 이후 잘 변하지 않던 일본 산업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주요 업종의 기업 순위가 뒤바뀌는 게 다반사가 됐다. 사업 재편을 통해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일본 기업의 명운을 갈랐다. 도요타자동차 외에 글로벌 경쟁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일본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빠른 사업재편, 日기업 명운 갈랐다
7일 일본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소니의 시가총액은 14조230억엔(약 148조원)을 기록했다. 같은날 일본 전자업계 2위인 파나소닉의 시가총액(3조3503억엔)의 4.2배 수준이다. 일본 내 시총 순위에서도 소니는 3위로 파나소닉(42위)을 크게 앞섰다.

2008년까지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파나소닉의 시총이 2조7000억엔으로 소니(1조9000억엔)보다 우위였다.

전문가들은 사업 재편이 변수가 됐다고 분석한다. 소니가 만년 적자이던 PDP TV, 노트북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 반면 파나소닉은 제조업에 안주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에선 ‘만년 2위’ 미쓰이스미토모가 지난해 순이익 면에서 일본 최대인 미쓰비시UFJ를 앞질렀다. 2005년 3대 메가뱅크(대형 은행그룹) 체제가 들어선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린은 일본 맥주시장 내 부동의 1위이던 아사히를 꺾고 19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판도를 바꾼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사업 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뉴노멀’에 맞게 기업 체질을 일찌감치 개선한 진가를 인정받으면서 1위 구도를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