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소비 변화…선택과 집중 나서
작년 인수합병 399건…11년 만에 최대
지난해 일본의 상장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자회사와 사업부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사업재편에 나선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기업 인수합병(M&A) 자문사인 레코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399곳의 자회사와 사업부를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500여 건에 달했던 2008~2009년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바뀌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소비재를 중심으로 비핵심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건축자재 기업인 릭실그룹은 홈센터(생활용품·인테리어 전문 대형마트) 자회사 릭실비바와 커튼 제작사인 이탈리아 페르마스티리자를 매각했다. 본업인 건자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다이도그룹홀딩스는 작년 10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말레이시아 음료 자회사를 싱가포르 기업에 팔았다. 사노야스홀딩스는 11월 모태사업인 조선 사업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및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기업들의 사업재편이 활발해지면서 일본 M&A 시장도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금융정보 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2020년 일본 기업이 성사시킨 M&A는 총 4305건으로 2018년(3943건)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행, 외식, 의류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서는 생존을 위해 자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기업이 속출했다. 반면 정보기술(IT), 온라인상거래 등 코로나19 특수를 맞은 업종에서는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이 늘어나 M&A의 큰 장이 섰다는 분석이다. 하라다 사토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코로나19로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엇갈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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