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가격이 9개월째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식량 공급망 균열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4% 오른 116으로 집계됐다.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는 곡물 유제품 육류 유지류 설탕 등을 아우른다.

식량가격지수에서 설탕과 육류, 유제품 등을 제외한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지난달 125.7로 2013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1.2% 높다. FAO 곡물가격지수는 지난 1년간 26.5% 급등했다. FAO는 “최근 중국에서 수수 수요가 강세”라며 “옥수수와 쌀도 수요가 늘어 가격이 소폭 올랐다”고 설명했다.

FAO는 지난달 설탕과 식물성 유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설탕은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6.4% 급등했다. 최근 심해진 해운 물류난에 인도 등 주요 수출국의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세계 원유가격 상승세도 각 지수에 영향을 줬다. 바이오연료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에선 사탕수수로 설탕 대신 에탄올을 생산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설탕값이 올랐다. 바이오에탄올 원재료인 옥수수,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식물성 기름의 가격도 뛰었다.

FAO 유제품가격지수는 약 40개월 만의 최고치인 113을 기록했다. 중국 수요 강세에 버터 가격이 급등했고, 뉴질랜드에서 가뭄이 이어져 유제품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육류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오른 96.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식량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곡물 가격이 불안정해서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 육우와 젖소, 돼지 등의 사료값이 뛰고, 이 때문에 육류와 유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한다. 투자은행 스티븐스의 벤 비엔베누 농업 부문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와 이상기후 등이 곡물 생산량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슨 러스크 퍼듀대 농경제학과장은 “곡류 재고량이 늘어나려면 최소 가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며 “이 사이에 식량값 상승이 이어지면 일부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각 가계의 소비를 상당 부분 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