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하락세를 타던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약 31.1g)당 1700달러선 밑으로 밀렸다. 11개월만에 처음이다. 금값은 작년 한때 급등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겼지만 올들어선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5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4월물은 트로이온스당 1689.70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3월 이래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날 금 현물은 작년 6월 이후 최저가인 온스당 1692달러에 거래됐다.
속절없이 밀리는 금값…"인플레 우려에도 수요 안 늘어" [원자재포커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올들어서만 3개월만에 약 11% 내렸다. 작년엔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 한해 상승폭이 36.9%에 달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이 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각국에서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조짐이 퍼져 안전자산 투자 수요엔 역풍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에 따르면 최근 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투자수요다. 작년에 귀금속용 수요가 전년대비 34%, 중앙은행 구매량이 59% 급감했는데도 투자수요가 40% 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최근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자 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이유다.

금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수요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국채와는 달리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이라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면서 그만큼 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향후 인플레이션이 와도 금값이 오를 정도는 아니라는 예상도 많다. 전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어도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앤드류 시츠 모건스탠리 자산전략가는 “향후 2년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연간 상승률 2%를 약간 웃도는 수준일 전망”이라며 “이는 금값 상승을 떠받치기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최근 자산시장에서 금의 대체재들 가치가 급부상한 것도 금값이 약세인 이유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는 최근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수요를 늘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비롯해 기관투자자들도 비트코인 보유에 나서고 있다.

달러화도 연일 강세다. 이날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는 장중 91.713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 말 이후 최고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