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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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일본 관가가 억대 연봉에 주3일 근무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정보기술(IT)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1월 이직 전문 사이트에 '디지털화 추진사업 디자이너'를 모집하는 구인광고를 내고 보장 연봉을 약 1000만엔(약 1억526만원)으로 제시했다. 일본 국가공무원 월급의 두 배가 넘는 파격적인 대우다. 일본 총무성의 2019년 국가공무원 급여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가공무원의 평균 월급은 41만7230엔,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460만엔이다.

금융청의 디지털화 추진사업은 지금까지 문서로 이뤄지던 1800여 종류의 행정절차를 연내 온라인화하는 작업이다. 5~6명을 채용하는데 수백명의 IT 전문가가 응모했다.

일본의 디지털 정책을 총괄하기 위해 오는 9월 설립하는 디지털청도 최근 민간 부문에서 IT 인재를 모집했다. 주 3일 근무와 1000만엔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덕분에 모집정원(35명)의 40배인 1400명이 응모했다.

디지털화는 탈석탄화와 함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정부의 양대 핵심 정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드러난 일본의 낙후된 디지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문제는 정부의 수요는 급증하는데 반해 일본의 IT 인재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19년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께 IT인재가 79만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내각부도 지난해 발표한 경제재정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혁신에 필요한 인재가 부족하다"며 관청 등 공적 부문이 일찌감치 IT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디지털청과 금융청의 구인광고에 응모자가 대거 몰렸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순조로운 채용이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민간 기업들은 정부 부처보다 훨씬 높은 급여를 내걸고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IT 대기업 SCSK는 지난해 일부 직종에 연봉 3000만엔 이상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데이터 분석기술을 갖춘 인재를 구하는데 2000만엔을 제시했다.

미야자키 히로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IT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민간 기업과 정부 부처간 인재 왕래도 드문 편이다. 민간 IT인재가 정부의 중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이 경력을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IT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정착된 미국과 대조적이다.

고시에 합격한 고급 공무원만 고위 공직자로 승진하는 배타적인 인사제도도 민간 인재가 관가의 문을 두드리길 꺼려하는 이유로 꼽힌다. 미타니 게이치로 NTT데이터경영연구소 수석 컨설턴트는 "IT인재의 처우 개선 뿐 아니라 능력을 발휘하고 실력을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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