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자군' 천민얼 "쑨정차이·보시라이 영향 숙청해야"
중국, 양회 앞두고 '시진핑 정적' 보시라이 해악 강조
중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정적이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전 당서기의 해악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3일 충칭일보와 베이징청년보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중국 차기 지도자군으로 꼽히는 시 주석의 측근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는 지난 1일 충칭시 공안국의 자아비판 회의인 '민주생활회'에 참석해 보시라이 등을 거론했다.

천 당서기는 "공안 간부와 경찰은 반드시 숙청 업무의 막중함과 복잡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면서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 당서기의 나쁜 영향, 보시라이 및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공안국장의 해독을 결연히 숙청하며 덩후이린(鄧恢林) 전 충칭 공안국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앞서 지난달 4일 중국 중앙 순시조가 충칭시를 방문해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쑨정차이·보시라이 등과 관련한 숙청 작업 지속을 요구한 데 이어 열린 것이다.

충칭은 보시라이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지역으로,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추진된 '부패와의 전쟁'에서 정치적인 싸움터가 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시라이는 2013년 9월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중국의 유력 차기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가 낙마한 쑨정차이도 2018년 뇌물수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충칭에서는 또 2000년대 들어 공안국 국장·부국장을 지낸 인사 4명이 낙마했다.

이 가운데 왕리쥔은 2012년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부패 혐의 등으로 15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보시라이도 이 사건으로 낙마했다.

덩후이린은 지난해 6월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됐으며, 지난달 26일 기소됐다.

이번 민주생활회는 덩후이린 사건을 주제로 열린 경계 교육 성격도 있었으며, 천 당서기는 "덩후이린 등의 사건에서 깊이 교훈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이미지를 다시 만들고 재정비해 재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충칭시 공안의 주류는 잘하고 있다.

덩후이린 개인의 문제와 공안국 전체의 업무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공산당에) 절대 충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시 주석이 지속해서 추진 중인 고위직 사정 작업 및 공직 기강 잡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수년 전 재판받은 쑨정차이와 보시라이를 다시 거론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번 양회 기간 천 당서기가 국가 부주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천 당서기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