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해임에 불복…미국·유엔에 '대사직 유지' 서한
미 국무부 지지 성명…미얀마 군부는 '교체' 공론화
'저항의 상징'된 미얀마 대사…"유엔서 내가 여전히 합법적"(종합)
유엔 총회 연설에서 쿠데타를 정면 비판해 찬사를 받은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군부의 해임 조치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이 여전히 미얀마의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고 밝혔다.

초 모 툰 대사는 서한에서 "미얀마 민주 정부에 대한 불법 쿠데타 가해자들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인가를 철회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유엔 대사로 임명한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여전히 합법적인 선출직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유엔 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도록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연설한 뒤 미얀마 국민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해 주목을 받았다.

다음날 군부는 '고국을 배신했다'며 유엔 대사직에서 해임했으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해임 결정에 저항하는 모습이다.

초 모 툰 대사는 이날 공개된 서한에서 유엔 본부 소재국인 미국의 블링컨 장관에게 "대사직에 관례적으로 수반되는 면책특권을 통해 나의 일을 계속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만약 미얀마 군부가 새 유엔 대사를 임명한다면 유엔에서 누가 진짜 미얀마를 대표하는 대사인지를 놓고 표결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미 국무부는 초 모 툰의 대사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에서 군부의 해임 시도에도 미얀마의 주유엔 대사는 여전히 초 모 툰이라는 게 미국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이미 초 모 툰 대신 다른 인사를 주유엔 대사라고 유엔에 공지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유엔에 "상반된" 서한 두개가 들어왔으며, 이에 따라 누가 주유엔 대사인지, 또 유엔 측이 개입해야 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아주 독특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모든 법, 규정 등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이들 서한을 자체 입수했는데, 각각 초 모 툰 대사가 보낸 서한과 미얀마 외무부가 보낸 서한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중 외무부 서한은 지난달 28일자로, 미얀마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가 초 모 툰 대사의 임무와 권한을 27일자로 종료시켰으며, 대신 주유엔 부대사가 사실상 대사로 임명됐다고 유엔에 알리는 내용이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무력 진압을 놓고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는 5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AF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제안에 따른 것이며, 비공개 회의로 열릴 것으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AFP는 전했다.

앞서 안보리는 쿠데타 다음날인 지난달 2일 긴급회의를 열었으며, 군부를 규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 초안을 마련했으나 러시아, 중국 반대로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지난달 1일 벌어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쿠데타를 무산시키기 위해 국제적 압력을 동원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이 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안보리 의장으로서 (미얀마와 관련해) 더 집중적인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