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가 최근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미국 내에서 확산함에 따라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공개한 단편 애니 '윈드'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픽사가 최근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미국 내에서 확산함에 따라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공개한 단편 애니 '윈드'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미국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최근 미국 내에서 증가하는 아시아 증오 범죄에 함께 맞서겠다는 뜻을 담아 한국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소재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Wind)'를 무료로 공개했다.

픽사는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모든 형태의 반아시안 증오 행위에 맞서 (우리는) 아시안과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연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사회의) 포용력을 증진하기 위해 아시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단편 애니를 널리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픽사는 "기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제공하던 '윈드(Wind)'와 '플로트(Float)'를 무료 공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두 작품은 모두 픽사가 제작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시리즈로 윈드는 한국 할머니와 손자가 거대한 바위 틈에서 탈출하는 이야기, 플로트는 공중부양 능력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필리핀 아빠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은 픽사가 '윈드' 무료 공개를 결정하며 발표한 성명.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픽사가 '윈드' 무료 공개를 결정하며 발표한 성명. /사진=연합뉴스
특히 윈드는 한인 2세 에드윈 장(한국명 장우영) 감독이 각본을 쓰공 연출한 8분 분량의 영화로, 2019년 12월 개봉했다.

지상으로 통하는 작은 구멍만 나 있는 깊숙한 지하 동굴에서 할머니의 희생으로 어린 손자가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 감독은 개봉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이후 자식 넷을 홀로 키우고, 결국에는 새로운 삶을 위해 가족을 미국으로 보낸 할머니의 희생적인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또 할머니는 영화가 완성되기 전 돌아가셨지만, 가족들은 '윈드'를 통해 할머니를 기린다고 전했다. 실제 '윈드' 마지막에 등장하는 감자 도시락은 장 감독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자주 해주던 요리다.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를 연출한 에드윈 장 감독. /사진=연합뉴스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를 연출한 에드윈 장 감독. /사진=연합뉴스
장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계, 특히 노인들을 향한 공격이 잇따르는 시기에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윈드를 유튜브에 공개했다"면서 "이번 조치로 (증오범죄 반대와 아시아계 지지에 대해)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출신의 장 감독은 2005년 픽사에 입사해 시뮬레이션 기술디렉터로 근무 중이며, 단편 애니는 발굴하는 사내 프로그램인 '스파크쇼츠' 프로그램을 통해 '윈드' 감독으로 데뷔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공개된 윈드는 3일 오후11시 기준 155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