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찍힌 마윈, 中부호 4위로 밀려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사상 최초로 1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의 갈등설이 도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사진)는 ‘중국 최고 부자’ 자리를 내주며 재산 순위가 하락했다. 억만장자는 10억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 경제연구소 후룬리포트가 집계한 ‘2021 글로벌 부호’ 명단을 인용해 지난달 1월 15일 기준으로 중국 억만장자가 1058명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억만장자는 696명으로 집계됐다. 명단에 신규 진입한 신흥 부자 수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압도했다. 신흥 부자 610명 중 중국인은 318명인 데 비해 미국은 95명이었다.

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마윈의 순위는 하락했다. 마윈의 재산은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550억달러(약 62조원)였지만 중국 내 순위는 4위로 떨어졌다. 마윈은 2019년과 2020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생수기업 농푸산취안을 창업한 중산산이 850억달러(약 95조원)의 재산으로 마윈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740억달러(약 83조원)를 보유한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가 2위, 전자상거래기업 핀둬둬를 창업한 황정이 3위(690억달러·약 77조원)였다.

마윈은 알리바바 산하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 규제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해 11월 앤트그룹 IPO가 취소됐으며 같은 해 말 알리바바를 대상으로 한 중국 정부의 조사가 시작됐다. 그 결과 알리바바 주가가 약세를 보여 마윈의 재산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편 앤트그룹은 IPO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은 최근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중국 금융감독당국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앤트그룹은 반드시 상장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앤트그룹 IPO가 취소된 뒤 회사 고위경영자가 IPO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