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기업 월마트가 미 은행 골드만삭스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 월마트가 올 초 출범을 선언한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월마트의 인재 영입을 두고 월마트가 JP모간체이스 등 미국의 주요 은행들과 경쟁하는 이른바 ‘월마트뱅크’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마트뱅크의 꿈?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월마트는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오머 이스말리 소비자금융 본부장을 스카우트했다. 월마트는 역시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며 애플과의 제휴를 이끌었던 데이빗 스타크 파트너도 영입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월마트로 이직한 이들은 모두 월마트 산하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게 된다.

월마트는 지난 1월 벤처캐피털인 리빗캐피털과 손잡고 핀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고객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시장에서는 월마트의 궁극적 목적이 ‘월마트뱅크’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골드만삭스 출신 임원들의 스카우트를 두고 “월마트가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가장 큰 악몽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추측이 힘을 얻는 이유는 과거 월마트의 행보 때문이다. 월마트는 2005년 미 유타주에서 은행업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월마트는 은행 지점 업무가 아닌 신용·직불카드 업무 처리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마트의 근로자 처우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르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의 반대에 부딪친 끝에 월마트는 2007년 은행업 신청을 취소했다.

미국에는 비금융기업이 몇 가지 조건을 갖췄을 경우 은행업무를 허용하는 산업대출은행(ILC)이라는 제도가 있다. 월마트는 현재 “ILC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미 통화감독청(OCC)이 핀테크 기업에게 은행업무를 일부 허용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미 은행업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월마트가 은행업 진출을 결심한다면 기존 미 은행들에게는 강력한 적이 될 수 있다. 미 전역의 월마트 매장 5300여곳이 은행 지점으로 변신한다면 월마트는 단숨에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월마트의 핀테크 파트너, 리빗캐피털

월마트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한 리빗캐피털은 베네수엘라 출신 금융인 메이어 말카가 이끌고 있다. 그는 18세부터 금융서비스기업을 설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리빗캐피털은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대표적인 주식거래플랫폼인 로빈후드에는 5억달러(약 5600억원)를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하기도 했다. 말카는 올 초 “리빗캐피털의 노하우와 월마트의 자산이 만나면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