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기술 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28일(현지시간) “자동차용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올해 1분기에만 미국 내 차량 생산이 100만대 줄어들 것”이라고 이 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반도체의 원활한 공급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3가지 변수를 △강력한 수요 △공급망 붕괴 △미·중 대립으로 요약했다.

우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컴퓨터와 모니터, 스마트폰, 게임기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5G(세대)로 연결하려면 고급 사양을 갖춘 반도체 부품이 훨씬 많이 필요하다.
손성원 교수 “반도체 없이 경제 성장 없다…부족 심화할 것”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세계 반도체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중국 SMIC 등이 설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예컨대 TSMC는 신규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25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계획을 완료하기까지 10년이 걸릴 전망이다.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
미·중 대립은 반도체 공급난을 심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이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제재를 가한 뒤 SMIC로 쏠리던 주문이 TSMC로 이동했으나 TSMC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았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디지털 경제는 반도체의 충분한 공급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는 데 최소 수 년이 걸린다는 게 문제”라며 “반도체 칩 부족에서 기안한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