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중 수교 30주년…문화 갈등 가라앉힐 수 있을지 주목
[특파원시선] 윤동주 국적 논란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의 윤동주 시인 관련 서술을 두고 한국에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하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이 한국의 역사·문화적 입장과 충돌할 소지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에서는 중국 백과사전 바이두 바이커(百度百科)가 윤동주를 중국 국적의 조선족이라고 서술하고, 지린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의 윤동주 생가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이는 몇 년간 계속 제기되어온 문제지만, 이번에는 한국 전통음식인 김치의 기원 등 한중간 문화적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더욱 한국인들의 정서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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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윤동주의 고향인 룽징 밍둥(명동·明東)촌을 방문했을 때, 생가 입구에는 여전히 문제가 된 표지석이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지로 복원된 생가 안의 비석과 기념전시관 등 곳곳에서도 그를 '중국 조선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게다가 명동촌은 마을을 조선족 역사·문화 전시 관람, 민속문화 체험뿐만 아니라 레저·휴양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올여름 완공을 목표로 야외 수영장을 갖춘 객실 약 20개 규모의 민박 시설도 건설 중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 측에 지속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족 문화를 관광자원화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봤을 때 실제 수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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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과의 갈등 격화에 따른 내부 분열 우려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내 56개 민족을 '중화민족'으로 단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이달 초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소수민족 묘족 마을을 방문해 "중화민족은 대가족"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시 주석은 자수(刺繡) 문화를 이용한 묘족 전통복장을 둘러본 뒤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면서 "묘족 자수는 전통이자 트렌드이고, 문화이자 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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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에 묘족 대신 다른 민족을 대입해도 중국인들의 인식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김치 등을 자국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같은 중국인들의 인식이 표출되면서 한중 온라인상에서 문화 갈등이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중 양국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2021~2022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정상 통화 당시 "'한중 문화교류의 해' 정식 시작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선포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문화교류의 해 선포를 계기로 양국이 문화 갈등을 가라앉힐만한 실질적인 성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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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