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명운 가른 사업 재편⑤

2005년 3대 메가뱅크 체제 후 첫 순익 역전
미쓰비시UFJ보다 한발 앞서 은행 통폐합
디지털통장 비율도 40%로 10%의 미쓰비시 압도
만년 2등 日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1등한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난해 일본 금융업계에서는 2005년 3대 메가뱅크(대형 은행그룹) 체제가 들어선 후 가장 큰 이변이 벌어졌다. 만년 2위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의 순이익이 처음으로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을 앞선 것이다.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미쓰이스미토모의 순익은 7039억엔(약 7조4492억원)으로 5282억엔에 그친 미쓰비시UFJ를 앞섰다.

당초 미쓰비시UFJ와 미쓰이스미토모는 각각 7500억엔과 7000억엔의 순익을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은행업 환경이 ‘얼마나 많이 버나’에서 ‘얼마나 덜 잃나’로 바뀌면서 미쓰이스미토모는 예상에 부합하는 순익을 올린 반면 미쓰비시UFJ의 순익은 30% 급감했다.

일본 1~2위 메가뱅크 구도는 2004~2005년 금융 대통합 당시 벌어진 UFJ은행 쟁탈전으로 결정됐다. 인수전에서 승리해 미쓰비시UFJ도쿄은행으로 거듭난 미쓰비시UFJ는 일본 최대 금융회사로 올라선 반면 미쓰이스미토모는 만년 2등 신세가 됐다. 자연스럽게 UFJ 쟁탈전 이후 미쓰이스미토모의 최대 숙원은 미쓰비시UFJ 타도가 됐다.

지난해 매출은 7조2990억엔의 미쓰비시UFJ가 5조3140억엔의 미쓰이스미토모를 여전히 압도한다.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미쓰이스미토모가 순익에서 미쓰비시UFJ를 누른 것은 사업구조를 재편하는데 앞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만년 2등 日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1등한 비결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주력 사업인 은행 부문의 영업이익은 미쓰비시UFJ(1조5462억엔)와 미쓰이스미토모(1조4120억엔)가 거의 같다. 두 금융그룹의 실적을 가른 요소는 경비였다. 미쓰이스미토모가 경비를 8080억엔으로 졸라맨 반면 미쓰비시UFJ는 1조1509억엔을 썼다. 미쓰비시UFJ는 영업이익의 4분의 3을 비용으로 쓴 셈이다. 은행의 영업 효율성을 나타내는 경비율이 미쓰이스미토모는 67.2%까지 낮췄지만 미쓰비시UFJ는 74.4%에 달한다.

경비 가운데 시스템 유지와 점포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미쓰비시UFJ(7000억엔)는 미쓰이스미토모(4400억엔)의 1.6배에 달한다.

미쓰이스미토모가 오프라인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일찌감치 받아들이고 꾸준히 지점 통폐합을 추진한 결과다. 2001년 스미토모은행과 사쿠라은행 통합 당시 750개에 달했던 지점을 430개로 줄였다.

반면 미쓰비시UFJ는 지난해 5월에야 515개의 지점을 2024년 3월까지 300여개로 4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미쓰이스미토모는 430개 점포의 4분의 3을 2023년 초까지 자산운용 등 컨설팅 전문 점포로 전환하는 지점 전문화에 착수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가 은행원을 2만8283명까지 줄여 인건비를 낮춘 반면 미쓰비시UFJ는 3만3524명의 은행원을 유지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는 2002년 디지털통장을 도입해 2700만 개인계좌의 40%를 디지털통장으로 전환했다. 뒤늦게 종이통장 폐지에 나선 미쓰비시UFJ의 디지털통장 도입률은 10%에 불과하다. 종이통장에는 연 200엔의 인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3대 메가뱅크는 매년 수십억엔을 부담한다.

1등 자리를 빼앗기게 된 미쓰비시UFJ도 절치부심에 나섰다. 작년말 히라노 노부유키 미쓰비시UFJ 이사회 의장 겸 사장은 1년 만에 사장직을 반납하고 수익강화에 전념하기로 했다. 부행장과 전무 등 상급자 13명을 놔두고 한자와 준이치 상무를 차기 은행장에 선임했다. 과감한 디지털화와 비용 절감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방만한 비용구조를 바꿔 미쓰비시UFJ의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것이 한자와 신임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미쓰비시UFJ는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한 은행업무를 현재 50%에서 2023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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