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코로나 대유행 직전 방문…미얀마는 전략적 요충지
수치에 공들였지만 군부와도 관계 돈독…'반중 감정' 변수
[차이나통통] 반중 시위 속 '미얀마 양다리전법' 통할까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에게도 그동안 얼마나 공들였는데…"
최근 국제 정세에 관심 있는 중국인들에게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물어보면 주로 하는 말이다.

이는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의 정세에 대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난감한 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중심의 군부와 수치 고문 사이에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이른바 '양다리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은 미얀마 쿠데타 질의가 나올 때마다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으로서 각 측이 법의 틀에서 갈등을 처리하며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는 것과 확연한 온도 차가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미얀마 군부뿐만 아니라 수치 고문과도 가까울 정도로 전방위로 공을 들여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군부 또는 문민정부 편을 들게 될 경우 적만 만드는 셈이라 모두 달래는 전법을 구사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및 서구 매체들도 중국이 미얀마 군부나 수치 고문이 이끄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관망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중국만큼 미얀마에 그동안 공을 들여온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미얀마의 서해안 항구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간 771㎞의 지상 송유관을 연결하는 등 일찌감치 미얀마의 군사정부 시절부터 정치·외교·경제 협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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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미얀마는 군부 출신의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정부가 개혁개방 조치를 통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서 대중국 견제책을 펴서 중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대외적 '친구 만들기'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천200㎞의 국경을 맞댄 미얀마와 협력을 중시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민주화 상징인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자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 수치 고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관리도 지속해 지난 2017년 11월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군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했고 미얀마 해군과 연합 군사훈련까지 했다.

이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62만여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의 국민 지위를 박탈하고 국외 이탈을 조장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비판을 받는 미얀마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중국은 로힝야족 인종청소에도 별다른 언급 없이 미얀마 정권을 도왔다.

중국은 지난 1988년 이후 군사용 수송 장비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전투기와 함정도 제공하는 등 미얀마의 주요 군사 장비 공급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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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우한(武漢)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발생이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17일 미얀마를 방문해 중국의 '지극한 미얀마 사랑'을 과시했다.

시 주석의 지난해 유일한 해외 순방지가 바로 미얀마였다.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19년 만에 미얀마 방문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원 민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수치 고문과도 회동하고 양국 간 협력 및 경제 정책 연계를 논의했다.

중국은 미얀마 최대 교역국이자 싱가포르에 이은 미얀마 제2의 투자국이다.

지난 2017년 11월 말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과 대화'에 수치 고문을 참석시키기 위해 특별기까지 제공할 정도였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미얀마 군부와 문민정부 모두 버릴 수 없는 아까운 카드인 셈이다.

이후 공교롭게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쿠데타 발생 직전인 지난달 12일 동남아시아 4개국 순방 첫 일정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수치 고문과 더불어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별도로 면담해 '중국 쿠데타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더구나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중국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설치한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연일 양곤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메이드 인 차이나'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반중 감정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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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중국이 미얀마에 목을 매는 것일까.

미얀마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있어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는 원유 수송로는 모두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데 미얀마가 바로 그 길목이기 때문이다.

미얀마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포섭하게 될 경우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얀마에 군부뿐만 아니라 문민정부에도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환심을 사면서 미얀마에서 중국 윈난으로 이어지는 지상 송유관 시설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인도양에서 곧바로 석유를 공급받기 위한 것이다.

로힝야족 유혈사태 때도 중국이 사실상 미얀마 편을 든 것은 이 송유관이 문제의 분쟁 지역에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일원으로 경쟁국인 인도에 제안한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BCIM) 경제 회랑의 완성을 위해 미얀마의 협조가 필요하다.

즉 송유관을 따라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미국과 인도를 견제하고 중국의 인도양 진출로를 넓히는 작업에 미얀마는 필요한 것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미얀마와 관계에서 경제적 이득이 없다"면서 "다만 미국과 인도라는 전략적 경쟁 대상국을 염두에 두면 미얀마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