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앙아메리카 주요 4개국에서 식량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WFP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에서 굶주리는 이들의 수는 지난 2년간 약 4배로 늘었다. 2018년엔 22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4개국에 걸쳐 약 800만명이 기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WFP는 이중 170만명은 식량 지원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여파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가 중미 일대 가뭄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중미 건조지역(corredor seco)의 가뭄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중미 일대는 작년 11월엔 허리케인 에타와 요타로 농지가 대거 파괴됐다. 미겔 바레토 WFP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책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한 와중에 허리케인이 연달아 중앙 아메리카를 강타했다"며 "이때문에 식량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미 일대에선 일용직 등 경제활동이 크게 제한됐다. 알자지라는 "병이나 캔을 모아 재활용회사에 파는 고물상들도 코로나19 이후 거리를 돌아다니기 어렵게 됐다"며 "기아 가구들의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중미 일대를 벗어나려는 이민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WEP는 지난달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미 응답자의 15% 가량이 구체적인 이민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며 "이는 2018년 조사 대비 거의 두배 늘어난 비율"이라고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