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뭔가 베푸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일"
네팔서 두 번째 의료봉사하는 김병철 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더라도 아픈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제 안위를 걱정해 돌아갈 수 없어서 남았죠. 해외 봉사를 하는 모든 의사가 다 그런 마음입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국제협력의사(2003∼2006년)를 거쳐 2017년부터 글로벌협력의사로 네팔에서 두 번째 인술을 펼치는 김병철(49) 씨의 봉사 신조는 현지 의사와 환자에게 선진 의료를 전수한다기보다는 이들을 섬기며 배운다는 겸손함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7만 명이 넘어선데다 의료 체계도 열악한 네팔에서 묵묵히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코이카가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의술을 펼치는 글로벌협력의사의 체험 수기를 담아 발간한 '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의 저자로 참여한 그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팔에 오게 됐을 때 개원의로서의 좋은 직장과 환경을 포기했기에 코로나19 상황에 현지에 남는 게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봉사는 뭔가 베푸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겸손해졌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 씨는 코이카가 2009년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의 티미시에 건립한 '한-네팔 친선병원'에서 외과의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공식 대응병원으로 지정된 이 병원은 1만8천여 건을 확진 검사하고 124명의 확진자를 치료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환자 진료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수술을 하는 등 현장을 지켜왔다.

그가 의료 봉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의대 본과 1학년이던 1994년이다.

당시 토마스 헤일이라는 미국 외과의사가 쓴 네팔 의료 봉사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는 자신도 그 길을 가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03년 국제협력의사로 봉사 대상국을 네팔로 정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는 시간 외 수당이 없는 병원이라 근무 시간 외 수술을 기피하는 현지 의료진을 설득해 응급 환자를 돌봤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의료진도 화상 환자를 두 달 간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소독제와 치료제를 직접 바르면서 완치시키는 것을 보고는 동료로 받아주었다.

김 씨는 "이때 경험으로 상대가 누구든 그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나의 진심이 담긴 행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회상했다.

네팔서 두 번째 의료봉사하는 김병철 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3년간 봉사 후 귀국해 대장·항문외과의원을 개원한 그는 10년간 개원의로 지내면서 항문과 유방·갑상선 질환 환자 수술을 지속했다.

물질적으로 여유는 있었지만 못다 한 봉사에 미련을 접을 수 없어 다시 보따리를 쌌다.

코이카에서 실시하는 공적개발원조(ODA) 3급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보건학 박사과정도 이수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의술을 전하는 게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했다"고 다시 봉사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2017년에 다시 네팔의 친선병원으로 돌아온 그는 현지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대장내시경 시술을 5분 만에 끝냈고 개원의 경험을 살려 항문과 복강경 수술에 권위자로 인정받아 현지 의사들에게도 경험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네팔 최초로 복강경 유주비장 절제수술로 성공하는 등 복강경 난소낭종과 난소 절제술도 전수하고 있다.

섬김의 자세로 의술을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019년 '제4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친선병원은 최근 네팔에 새로 도입된 의료보험 지정병원이 됐다.

이전에는 돈이 없으면 수술을 못 받았는데 한국식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4인 가족이 4만 원을 내면 1년간 100만 원 정도의 금액 범위에서 무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코이카 프로젝트로 의료 전문가 지원과 연수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 씨는 환자와 수술이 10배로 늘어난데다 젊은 현지 의사들도 가르치고 있어서 늘 바쁘지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네팔에는 매년 1천여 명의 젊은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매우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 이들이 몇 년 후면 전문의가 될 것이고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게 될 겁니다.

네팔에서 얼마나 더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저 오늘에 감사하면서 내 할 일을 묵묵히 할 따름입니다.

나눔은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행복해지는 비결이거든요.

"
네팔서 두 번째 의료봉사하는 김병철 코이카 글로벌협력의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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